“1000만원이 넘는 외국산 전동휠체어를 430만원대 국산제품으로 대체해나가고 있습니다. 바퀴는 착탈이 가능하고 접어서 트렁크에도 싣을 수 있기 때문에 휠체어 전용 리프트카를 동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근로복지공단 산하 재활공학연구소 류제청 소장은 “전동휠체어가 국가대표 수출품목이 될 수 있도록 더욱 경량화하고 내구성과 비용 대비 효율성을 높여나가겠다”고 지난달 29일 본지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이곳에선 크게 수전동 휠체어, 스마트전동휠체어, 근력보조휠체어를 개발 중이다. 수전동휠체어는 이미 양산돼 시판되고 있다. 스마트전동휠체어는 조이스틱으로 가는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데 태블릿PC와 심박수·체온·스트레스지수 등 생체신호를 측정해주는 센서가 연동돼 있어 환자 건강상태도 체크해주고 그에 맞게 휠체어가 제어되도록 도와준다.
근력보조휠체어는 아직 손에 근력이 남아있는 환자가 자기 손으로 핸들에 힘을 가하면 부족한 근력만큼 휠체어에 동력을 보태준다. 오르막길 등에서 자기 힘을 과도하게 쓸 경우 어깨근육이 상하기 쉬운데 근력보조휠체어는 자기근력을 계속 유지하면서 이런 문제를 피해갈 수 있게 해준다. 지난 5월 기술이전이 완료돼 이르면 오는 10월께 양산될 예정이다.
이밖에 연구소는 실내보행전용 전동휠체어, 기립형 전동휠체어도 개발했다. 여기서 제작한 장애인용 스키는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가 사용했다.
연구소 지하 1층 의료기기시험센터에는 다양한 장애인용 보조기, 재활의료기기가 한창 실험을 거치고 있다. 환자 침대의 경우 75㎏ 체중을 가진 사람이 1만번 오르고 내려도 내구성 등에 문제가 없는지 25개 항목을 통과해야 한다. 대형마트의 9도 경사 오르막길을 육중한 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지 알아보는 성능시험도 진행 중이었다.
휠체어스쿠터는 20만번 회전해도 바퀴가 튼튼한지, 영하 40도에서도 가동되는지 알아보는 가혹시험을 거치는데 통상 2주가 소요된다. 장애인 의족은 130㎏체중을 가진 사람이 앞뒤꿈치를 200만번 구부려도 파절되지 않는지 테스트받고 있었다. 200만번은 장애인이 3년간 보행할 수 있는 정도의 내구성을 의미한다.
류제청 소장은 “환자침대, 휠체어스쿠터, 의족 등은 붕괴, 고장, 파절이 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가혹실험을 통과해야 한다”며 “2000년대 초반 검사센터 초기만 해도 테스트 에러율이 15~20%에 달했는데 최근엔 의료기기 업계와 연구소의 노력으로 요즘엔 2% 이하로 낮아졌다”고 소개했다.
이곳은 근전도 전자의수도 개발 중이다. 산재사고 등으로 상지가 절단된 경우 환자가 팔목에 힘을 주면 근전도 센서가 이를 인지해 의수 다섯손가락의 물건집기가 가능하도록 구현한다. 과거엔 세 손가락(엄지·검지·중지)의 과도하게 강력한 파지만이 가능했지만, 이젠 다섯손가락이 적정한 힘으로 다양한 물체를 집고 엄지척·승리의 V자·오케이 등 감정표현도 가능한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향후 2~3년 안에 양산이 가능하도록 전력을 다하고 있다.
스마트로봇의족은 재활기구 개발의 최정점이다. 개발 현장엔 흉추·요추 골절로 하지가 마비된 50대 여성환자가 열심히 시제품으로 보행훈련을 하고 있었다. 경사로를 오르고 내릴 때 하지의 구부러지는 각도를 원활하게 조정하는 게 개발과정에서 풀어야 할 핵심난제다. 티타늄 등 고가의 첨단 경량 합금소재가 들어가므로 비용도 낮춰야 한다.
허리근력보조기기는 일본 개호보험에서 이미 급여를 줘 사용 중인데 허리나 다리를 다친 사람이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유용하다. 이 아이템도 개발이 상당히 진척됐다. 가상현실(VR) 3차원 스크린을 보며 보행 및 상지 재활훈련을 하는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재활공학연구소는 1994년 근로복지공사 부설 재활공학연구센터로 시작해 1998년 세계에서 두번째로 인공지능의지(의족과 의수)를 개발했다. 1999년 산업자원부로부터 의료기기 국제표준화기구(ISO) 한국간사기관으로 지정됐다. 2008년엔 보건복지부 노인장기요양보험 복지용구(침대 휠체어 지팡이 등) 시험·검사기관으로 지정받았다.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273개 국책과제를 수행했고 193개 품목을 국산화해 수입대체효과를 일궜다. 그동안 등록한 특허만 145건에 이른다. 연간 1만1000건이 넘는 재활보조기구 지급·재활프로그램 지원·재활기구 수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류 소장은 “많은 의료기기 업체와 대학병원이 재활의료기기 및 복지용구 등을 연구하고 있지만 재원부족과 낮은 수익성 때문에 적극 나설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재활공학연구소는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연구를 통해 필수적인 것은 국산화하고 국내 관련 업체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 제공과 시험검사 정립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