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담배보다 혐오 냄새나 유해물질이 적다는 이유로 가열담배(궐련형 전자담배)를 애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부 흡연자들은 가열담배가 금연에 효과적이라며 무분별하게 사용하다 오히려 니코틴에 더 중독되는 역효과를 보기도 한다. 일부 청소년들이 실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가열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모습도 목격된다. 하지만 최근 가열담배의 니코틴 농도가 기존 담배와 비슷하고 간접흡연할 경우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기존 담배는 담뱃잎을 800~850도 온도에서 직접 태워 열과 연기를 발생시킨다. 반면 가열담배는 내부에 장착된 배터리로 연소되지 않을 정도의 열(약 350도)을 발생시켜 고체연료를 쪄서 나오는 증기를 흡입한다.
2014년 일본에서 첫 시판된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가 지난해 6월 국내에 상륙했고 이어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가 ‘글로’, KT&G가 ‘릴’을 출시하면서 기존 담배를 가열담배로 바꾸거나 두 제품을 혼용하는 사람이 빠르게 늘었다. 담배시장에서의 가열담배 비중은 2017년 12월 6.1%에서 올해 1월 9.1%로 증가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라는 명칭 탓에 기존에 사용됐던 일반 전자담배와 헷갈리기 쉬운데 엄연히 다른 제품이다. 전자담배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니코틴액체를, 가열담배는 담뱃잎을 가열하는 방식으로 원료부터 차이를 보인다.
담배회사들은 가열담배가 담뱃잎을 직접 태우지 않으므로 유해물질이 기존 담배보다 90%가량 적다고 주장해왔다. 고체형 담배를 사용해 니코틴 함량이 일정한 것도 장점으로 홍보됐다. 액상형 니코틴을 사용했던 기존 전자담배는 사용자가 임의로 니코틴이나 향을 추가할 수 있어 더 해롭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가열담배가 덜 유해하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는 게 의학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담배회사의 자본이 유입되지 않은 독립된 연구결과 아이코스의 경우 비인두암과 골수성 백혈병 발병과 연관된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 함량이 기존 담배의 74%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살충제 원료로 사용되는 아세나프텐(acenaphthene)은 오히려 기존 담배보다 3배나 많았다.
최근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판매 중인 가열담배 배출물에서 벤조피렌·벤젠 등 인체 발암물질이 검출됐고, 특히 일부 제품은 타르 함유량이 일반담배보다 높다는 분석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필립모리스 등 담배회사들은 식약처의 유해물질 측정법에 오류가 있으며, 타르의 경우 그 자체가 유해물질이 아닌 담배연기에서 수분과 니코틴을 제외한 잔여물의 총량일 뿐으로 세계보건기구(WHO)도 담배 유해성의 근거로 쓰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현재 가열담배 대한 별도의 국제 공인 분석법은 아직 없다. 식약처는 일본·중국·독일 정부와 마찬가지로 일반담배의 국제공인분석법을 전자담배에 맞게 적용했다.
가열담배는 덜 해로울 것이라는 생각에 무턱대고 사용하면 일반담배처럼 니코틴중독에 빠질 수 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가열담배와 기존 담배의 니코틴 농도는 큰 차이가 없어 중독성이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흡연 기간이 긴 사람일수록 중독 위험이 높아 일반담배와 가열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역효과를 볼 수 있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영국 옥스퍼드대, 연세대 보건대학원 국민건강증진연구소의 공동 연구결과 가열담배 사용자의 98%가 일반담배를 함께 피는 ‘이중 사용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열담배가 금연에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오히려 가열담배나 전자담배를 ‘첫 담배’로 시작한 청소년은 비흡연 청소년보다 성인이 된 뒤 담배를 피울 위험이 3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정신중독의학회 학술이사)는 “흡연은 간접흡연을 통해 비흡연자의 건강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는 만큼 또다른 담배’에 지나지 않은 가열담배로 금연을 시도할 게 아니라 의학적 근거가 뒷받침되는 금연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