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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객 3000만 시대, 동남아 ‘말라리아’, 유럽 ‘홍역’ 조심하세요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5-30 00:11:39
  • 수정 2020-09-13 15: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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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발도상국 A형간염·이질·장티푸스·말라리아 유행 … 남아메리카 황열 주의보
식도락 여행을 즐기는 20∼30대 젊은층은 관광지에서 오염된 음식물을 먹고 A형간염에 걸리는 사례가 많다.

해외여행객 3000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중동호흡기증후군, 라싸열, 지카바이러스 등 해외 감염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위생환경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에서 감염병에 걸리는 사례가 많다. 개발도상국 여행자 중 22~64%가 건강 문제를 호소한다. 이중 대부분은 가벼운 설사, 피부염증, 호흡기 증상에 그치지만 8% 정도는 귀국 후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다. 
해외 감염병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지난해 11월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해외감염병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70%가 해외 감염병의 심각성을 인지하면서도 자신이 감염될 가능성은 다른 사람보다 낮은 것으로 자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외 감염병은 현지 의료 사정에 따라 치료가 늦어질 수 있고,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입국할 경우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에게 피해를 주는 요인이 되므로 지역별 감염병을 사전에 파악한 뒤 대처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가 올해 중점관리 대상으로 선정한 해외 감염병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조류인플루엔자(AI) 인체감염증, 라싸열, 세균성이질·장티푸스 등 수인성·식품매개질환, 뎅기열·지카바이러스감염증 같은 모기매개질환 등이다.

현재 라오스·베트남·필리핀·인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선 세균성이질과 장티푸스 발생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남아 지역에서 길거리음식을 먹고 식중독 등으로 복통을 호소하는 여행객이 적잖다”며 “특히 20∼30대 젊은 여행객은 현지에서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음식을 먹다가 식품매개 감염병의 일종인 A형간염에 노출되기 쉽다”고 조언했다.

A형간염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급성 염증성 간질환으로 감염 환자의 분변을 통해 배출된 바이러스에 접촉하거나 오염된 물과 음식을 먹어 전파된다. 한 달간의 잠복기가 지나면 피로감, 메스꺼움, 구토, 식욕부진, 발열, 우측 상복부의 통증 등 일차적인 전신증상이 먼저 나타난 뒤 황달이 동반된다. 김 교수는 “A형간염은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백신만 접종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인도나 동남아시아 지역을 여행할 땐 음식을 완전히 익혀먹고, 비누나 세정제 등을 사용해 손을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씻는 등 위생관리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기 매개 감염병도 환자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동남아, 중남미 등 말라리아 유행 지역을 여행할 땐 최소 2~4주 전에 예방약을 복용해야 한다. 뎅기열은 백신이 없어 긴팔을 입거나 모기 기피제 등을 사용하는 등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모기가 많은 동남아 농촌 지역에는 되도록 방문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국과 가까운 중국에선 조류인플루엔자(AI) 인체감염증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월 중국에서 세계 최초의 H7N4형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자가 발생했다. H7N4 AI는 1997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지역 농장에 있던 닭에서 처음으로 발견됐으며, 지금껏 인간에게 발병한 사례는 없었다. 그동안 가장 흔했던 AI(H7N9) 아형은 발생률이 감소하는 추세지만 지난해 1625명의 감염자 중 621명이 사망하는 등 치사율이 38.2%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중국에 방문한다면 가금류와 접촉하는 것을 삼가고, 특히 생가금시장 방문은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질과 장티푸스 같은 수인성·식품매개질환도 여행객을 괴롭히는 단골손님이다. 지난해 국내 세균성이질 감염 건수는 111건으로 이 중 69건이 해외에서 유입됐다. 장티푸스는 128건 중 50건이 해외에서 들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유럽에서는 홍역이 유행하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이 대표적이며 특히 그리스는 지난해 12월 환자발생 이후 지금까지 나타나고 있다. 홍역은 급성발진성 바이러스 질환으로 감염자의 기침, 재채기, 분비물 등으로 옮는다. 전염성이 강해 접촉자 90% 이상이 감염된다.
홍역도 출국 2주 전에 접종을 맞아야한다. 하지만 한번 앓고 나면 영구면역을 얻어 과거 홍역을 앓았다면 접종할 필요가 없다. 국내에선 영유아를 대상으로 홍역, 볼거리, 풍진의 혼합백신인 MMR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생후 12개월~15개월, 만 4~6세 사이에 각각 한 차례 접종해주면 된다.

남아메리카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황열에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 7월부터 유행하고 있는 황열은 현재 브라질에서 백신 부족 사태까지 발생할 정도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가 증가해 현재 81명이 사망했다.
황열도 모기로 전염되며 발열, 오한, 구토, 두통, 근육통 등을 동반한다.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치사율이 20∼5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황열은 한번 예방접종을 받으면 평생 면역체계가 형성되므로 미리 백신을 맞는 게 좋다. 볼리비아 같은 국가는 황열예방접종 증명서가 없으면 입국이 거부돼 방문 전 여행자클리닉에서 국제공인 예방접종증명서를 발급받는 게 좋다.

아프리카 지역에선 급성 발열성 출혈성질환의 하나인 라싸바이러스(Lassa virus) 감염증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설치류의 배설물, 감염된 환자의 혈액·체액을 통해 감염된다. 올해 나이지리아에서는 라싸열 확진자 365명 중 90명이 사망했다. 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 지역에 방문할 경우 쥐와 쥐 배설물 접촉을 피하고, 쥐 배설물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푸켓 등 관광지로 유명한 태국에선 떠돌이 개나 고양이를 매개체로 한 광견병도 유행하고 있다. 

성(性)매개 감염병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성 접촉을 통해 걸릴 수 있는 감염병에는 매독, 임질, 에이즈, B형·C형간염 등이 대표적이다. 김우주 교수는 “공론화가 되지 않았지만 실제 동남아 등 해외에서 성매개 감염병에 걸려 온 사람이 많다”며 “성 매개 감염병 예방을 위해 성 행위 시 콘돔을 사용하는 등의 교육이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출국 전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cdc.go.kr)와 콜센터(1339)를 통해 방문국가의 검역감염병 오염지역 및 감염병 발생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검역감염병 오염지역을 체류하거나 경유한 경우 입국 시 건강상태 질문서를 반드시 국립검역소 검역관에게 제출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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