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하게 체중을 줄이기 위해 충분한 영양공급 없이 무리하게 운동하다간 몸짱은커녕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옷차림이 얇아지면서 스피닝 같은 강도 높은 유행으로 살을 빼려다 횡문근융해증으로 입원하는 젊은 환자가 적지 않다.
횡문근은 팔·다리 등 움직이는 부위에 붙어 있는 가로무늬 근육이다. 횡문근융해증은 강도 높은 신체활동(과도한 운동, 부동자세, 근육의 장시간 압박), 외상, 과도한 음주 등으로 근육과 내부장기가 손상된다.
오랜 시간 고강도 운동을 지속하면 에너지 소모량이 커지면서 근육으로 공급돼야 할 에너지와 산소가 필요량보다 부족해진다. 이 상태에서도 근육은 조건반사적으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한다. 결국 근육세포막이 손상되면서 세포 내에 있던 미오글로빈, 단백질, 크레아틴키나제, 칼륨, 이온 등 노폐물이 터져나와 혈관으로 흘러들어 신장, 심장 등 장기에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여름철 태풍으로 제방이 무너져 하천이 범람하고 각종 오염물이 떠도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근육이 녹으면 제일 먼저 소변색이 변한다. 마이오글로빈과 칼륨 등이 섞여 콜라색을 띤다. 이후 칼슘과 나트륨이 피 속에 많아지면서 전해질 불균형으로 근육통, 무력감, 발열, 구토 등이 나타난다. 전체 환자의 절반 정도는 경미한 근육통만 나타나 감기몸살 정도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전체 환자의 10%는 증상이 악화돼 조직괴사와 부종이 동반될 수 있다. 특히 노폐물이 신장으로 바로 들어가면 예후가 나쁜 편이다. 신장은 요소 등 피의 화학적 노폐물을 걸러내지만 다량의 독성물질은 정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근육의 잔해가 세뇨관을 파괴하고, 신장기능이 아예 망가지는 급성 신부전과 고칼륨혈증(칼륨이 제대로 배설되지 않아 혈액 속 칼륨농도가 정상치를 초과하는 증상)으로 악화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횡문근융해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8% 정도로 추정된다.
또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질소 노폐물이 축적돼 체내 수분 균형이 깨지고 심장과 폐기능까지 떨어진다.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고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는 부정맥이 동반되기도 한다.
정확한 진단은 혈중 크레아틴키나제 수치로 확인한다. 근육세포 속 물질인 크레아틴키나제의 정상 범위는 22~198 U/L인데 횡문근융해증일 경우 정상치의 최소 10배, 최대 200배 이상 증가한다.
발병 원인은 크게 외상성, 비외상성 운동성, 비외상성 비운동성으로 분류된다. 외상성은 교통사고나 수술 등 외상에 의해 발생한다. 비외상성 운동성은 마라톤·스피닝·크로스핏 등 고강도운동, 비외상성 비운동성은 일산화탄소·버섯독·뱀독 중독이나 약물이 주요인이다.
횡문근융해증은 모든 사람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평소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탈수가 동반되거나, 체온조절이 원활하지 않거나, 체내 칼륨이 부족하면 더 취약하다.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증상 초기에 신속히 병원을 찾아야 한다. 먼저 근육세포의 추가적인 손상을 막기 위해 침상에서 안정을 취하고 정맥주사로 하루 2~4ℓ의 생리식염수를 공급한다. 이럴 경우 마이오글로빈이 소변을 통해 체외로 빠져나간다.
김찬호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횡문근융해증은 갑작스러운 운동에 의해 발생하는 사례가 많으므로 처음부터 무리하게 운동하기보다는 운동량과 강도를 서서히 늘려가는 게 좋다”며 “근육통으로 생각하고 방치하다간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운동이나 야외활동 후 근육통, 소변색 변화, 발열, 전신쇠약 등이 동반되면 바로 진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온과 높은 습도는 횡문근융해증 발병 위험을 높이는 주요인이다. 인체는 42도 정도 고온의 오래 노출될 경우 신진대사에 문제가 생기고 근육세포막을 이루는 지질이 녹기 시작한다. 한여름 햇볕 아래서 오래 달리거나, 더운 실내에서 빠른 음악에 맞춰 고정식자전거를 타는 스피닝 같은 운동을 지속하면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무거운 중량을 드는 웨이트트레이닝은 적은 횟수로 실시하고 바로 휴식을 취해주는 게 좋다. 걷기처럼 반복 횟수가 많아도 강도는 낮은 운동은 횡문근융해증 발병 위험이 적은 편이다.
영양 불균형은 근육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방해하므로 무리한 다이어트보다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 등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