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미세먼지, 건조한 기후, 꽃가루 등이 피부 보습력에 악영향을 줘 피부건강을 망치기 쉽다. 큰 일교차 탓에 면역력까지 저하되면 피부보호기능과 재생력마저 약화돼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아이의 피부가 울긋불긋해지면 가장 먼저 의심하는 질환은 아토피피부염이다. 이 질환은 치료가 어렵고 성인기까지 이어져 외모에 대한 자신감과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 아기 피부가 조금만 붉어져도 가슴이 철렁하는 게 부모 마음이다. 최근 환경적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아토피를 앓는 아기들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섣부른 걱정과 판단은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다.
아토피피부염은 피부장벽 기능이나 면역체계 이상, 환경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성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이다. 심한 가려움증, 건조하고 윤기 없는 피부가 특징이다. 연간 진료인원은 93만명에 이르고 4세 이하가 3분의 1, 9세 이하가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아토피피부염은 출생 직후가 아닌 2~3개월 이후부터 발생한다. 김효빈 인제대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생후 한 달 이내에 나타난 습진 증상은 아토피가 아닌 태열일 가능성이 높다”며 “태열은 엄마 뱃속에서 받은 열독이 쌓여 발생하는 것으로 신생아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부모가 알레르기 체질이거나, 임신 중 맵고 짠 음식을 섭취했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집먼지진드기·곰팡이 등에 노출되면 발생할 수 있다.
태열도 아토피피부처럼 발진과 가려움증을 동반하지만 아기가 주변 환경에 적응하면서 서서히 사라진다. 다만 태열 증상이 너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되면 아토피피부염으로 악화될 수 있어 전문의 진단을 받는 게 좋다.
생후 2개월 이후에 얼굴·목·몸통과 팔다리 부위에 가려움증을 동반한 좁쌀알 같은 홍반이 생기면 아토피피부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발생 연령대와 증상에 따라 영유아형, 소아형, 성인형을 구분할 수 있다.
생후 2개월부터 두 살까지 나타나는 영유아형 아토피는 침을 많이 흘리는 영아들의 특성상 볼과 얼굴에 습진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목으로 시작해 전신으로 퍼져 나간다. 또 바닥을 기어다니기 때문에 목과 손목, 배, 팔다리 등 바닥과 마찰되는 부분에 아토피피부염이 많이 생긴다. 심한 가려움과 붉고 둥근 병변이 동반되고 진물이 나오기도 한다.
소아형 아토피는 주로 2~10세에 발생한다. 영아형과 달리 피부가 접히는 목, 겨드랑이, 무릎 안쪽 부분에 홍반성 구진과 만성습진 증상이 발생한다. 가려움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고 긁으면 상처와 습진이 반복돼 만성화된다. 영유아 및 소아 아토피피부염는 산모의 우울과 스트레스가 원인이 될 수 있다. 국립보건연구원과 육아정책연구소의 장기추적조사 연구에 따르면 우울·불안하거나 스트레스가 높은 산모가 낳은 자녀에서 아토피가 발생할 위험은 건강한 산모의 자녀보다 1.85배나 높았다.
성인형 아토피는 10세 이후 면역체계 붕괴, 스트레스 등 원인으로 얼굴과 목을 제외한 전신에 발생한다. 소아 때 아토피를 앓은 사람 중 40% 정도가 성인 아토피로 이어진다. 보통 학업 문제로 스트레스가 많은 17세 이후에 발생할 때가 많고,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인은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문제와 동반될 수 있다.
피부가 약한 상태에서 포도상구균 같은 세균에 감염되거나, 환경호르몬 물질이 함유된 각종 화학세제 및 플라스틱 용품에 접촉해 발생하기도 한다.
아토피피부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욕과 보습이다. 두 가지만 꾸준히 실천해도 아토피피부염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목욕은 하루 1번, 미지근한 물에서 15~20분간 실시하고 자극이 약한 약산성 클렌저로 몸을 씻어준다. 일반 성인이 쓰는 클렌저는 산성이 강해 아토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목욕 후에는 물기를 살짝 닦아낸 후 반드시 보습제를 발라준다. 보습제는 평소에도 하루 3~4번 틈틈이 발라주는 게 좋다.
증상이 악화되면 스테로이드연고·항히스타민제·면역조절제 등을 빨리 적절하게 사용해 염증·가려움증을 가라앉혀야 한다. 아토피연고를 따로 처방받았다면 연고를 도포하고 10분 뒤에 보습제를 발라준다.
보습만으로 쉽게 사라지지 않는 습진 병변은 전문의 진단 후 국소스테로이드제재를 발라 국소 염증을 조절해야 한다. 국소 스테로이드는 혈관 위축 정도에 따라 강도가 가장 센 1등급부터 7등급까지 분류해 사용한다. 얼굴과 외음부에는 약한 강도 약제, 몸통과 사지는 중등도, 손·발이나 태선화(단단하고 거친 잔주름들이 커져서 더 뚜렷이 나타나는 피부) 등엔 강한 약제를 사용한다.
이밖에 국소칼시뉴린억제제, 항히스타민제, 감마리놀렌산, 광선치료를 사용하고 2차 감염시 항생제·항바이러스제·항진균제 처방이 필요하다.
아토피 소아는 환절기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일반인보다 면역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에서 감기에 덜리면 심한 고열과 피부발진이 일어난다. 이럴 경우 염증 반응 탓에 피부외벽 지질층이 약해져 가려움증이 심해지고, 병변을 자꾸 만지거나 긁어 아토피 증상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김효빈 교수는 “아토피피부염은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나중에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알레르기성 결막염 등의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어 초기에 제대로 치료해야 한다”며 “아이마다 증상 정도가 다르므로 전문의와 상담해 아이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