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는 강모 씨(27·여)는 얼마전 사내 행사 후 바닥에 쪼그려 앉은 자세로 물품을 정리하다 무릎 부상을 당했다. 동료에게 정리된 물품을 전달하려는 순간 무릎뼈가 어긋나는 느낌과 함께 엄청난 통증이 발생했다. 깜짝 놀라 일어서려 했지만 다리를 펼 수도 구부릴 수 도 없는 ‘잠김’ 현상이 동반돼 그대로 주저앉았다. 병원으로 이송 후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반월상연골판 손상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큰 충격이 가해진 것도 아닌데 연골판 손상이라니 황당할 따름이었다.
무릎연골판 손상은 대부분 나이가 들어 관절과 연골이 약해지거나, 강한 외부충격이 가해져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의외로 작은 충격만으로 연골판이 손상될 수 있다. 노인이나 남성보다 젊은 여성들의 사례가 많은 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5~2016년 반월상연골판이 손상돼 병원을 찾은 환자 중 여성이 47%였다. 2016년 한 해에만 약 4만명의 30대 이하 젊은 여성 환자가 연골판 손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반월상연골판은 무릎관절 사이에 위치한 반달 모양의 연골성 조직이다. 하중과 외부충격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하며, 무릎이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다. 낙상이나 스포츠손상 등 강한 외부충격을 받으면 파열될 수 있다. 강 씨 사례처럼 외부충격이 없더라도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몸의 방향을 갑자기 전환하다 손상되는 사례도 적잖다. 이런 부상은 상대적으로 근력이 약한 여성에서 발생률이 높다.
반월상연골판 손상 초기엔 근육통과 증상이 비슷하며 양반다리를 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심해진다. 다리힘이 빠지면서 불안정한 느낌이 드는 것도 주요 증상 중 하나다. 손상 정도가 심해져 찢어진 연골판 조각이 무릎관절 사이에 끼면 심한 통증과 함께 무릎을 움직일 수 없는 ‘무릎잠김’ 현상이 발생한다.
김태호 인천나누리병원 관절센터 과장은 “무릎잠김 현상이 나타나면 당황한 나머지 억지로 힘을 줘 무릎을 펴거나 접으려고 하는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며 “상황에 따라 자세를 변경하다 무릎잠김이 풀릴 수도 있지만 이미 연골판이 많이 손상된 상태여서 재발하거나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면 가능한 빨리 병원을 찾아 무릎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받아야 한다. 반월상연골판 손상은 X-레이만으로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해 무릎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무릎연골판은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신체 부위여서 자연치유가 어렵다. 손상 정도가 작으면 보존적 치료만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지만 심하면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 후 정상적인 일상생활로 복귀하려면 3~6개월이 소요된다. 재활 여부에 따라 회복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
재활운동은 무릎관절에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허벅지와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발끝을 몸 쪽으로 당기고 다리를 쭉 편 상태로 들어올리는 맨몸 운동부터 시작해 운동 강도를 높이는 게 좋다.
김태호 과장은 “무릎관절 질환을 예방하려면 연령대와 상관없이 무릎이 많이 구부러지는 좌식생활보다 의자나 침대를 이용하는 등 입식생활을 습관화해야 한다”며 “걷기나 수영 등 운동을 꾸준히 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하체근력을 단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