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엔 송년회를 비롯한 각종 행사와 모임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된다. 이런 시기에 중년남성이 주의해야 할 질환이 대퇴골두무혈성괴사다.
이 질환은 골반뼈와 함께 고관절을 구성하고 있는 넙적다리뼈의 윗부분인 대퇴골두로 가는 혈류가 차단돼 뼈 조직이 괴사된다. 괴사된 뼈에 압력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면 괴사 부위가 골절되면서 통증이 시작되고, 함몰 시 고관절 자체가 손상될 수 있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있지만 과도한 음주, 고관절 주변 골절 및 탈구 후유증,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 고지혈증, 정맥혈전증 등이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측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대퇴골두무혈성괴사로 치료받은 환자는 2016년 2만9827명으로 2012년 2만5450명에 비해 17.19% 증가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2배 이상 많고, 50대 환자의 비율이 26.1%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발병 초기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해 조기발견이 어렵다. 괴사부가 골절되면 갑자기 통증이 나타나고, 특히 땅에 발을 디딜 때 증상이 심해져 보행 시 절뚝거리는 보행장애가 동반된다. 고관절의 외회전 및 내회전에 문제가 생기면서 운동범위가 줄어 사타구니와 대퇴부가 아프다. 또 양반다리로 앉기가 힘들고, 대퇴골두 함몰이 심하면 다리 길이가 짧아진다.
골괴사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법을 결정한다. 증상 초기에는 자기관절을 유지하기 위해 약물치료, 주사치료, 뼈에 구멍을 뚫어 섬유연골을 재생시키는 다발성 천공술을 시행한다. 대퇴골두 함몰이 진행되거나 퇴행성 변화가 생긴 중기 이후엔 괴사된 뼈를 제거한 뒤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고관절 인공관절치환술이 필요하다.
이 치료법은 손상된 대퇴골두를 제거하고 인공관절을 삽입해 원래의 관절 기능을 회복시킨다. 근육과 힘줄을 절개해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기존 치료법은 수술 후 삽입한 고관절이 탈구하는 합병증의 발생 위험이 높았다. 최근 도입된 수술법은 근육과 힘줄 절개를 최소화해 합병증과 부작용 위험이 적고, 회복 및 재활 속도가 빠른 편이다.
아직까지 대퇴골두무혈성괴사증의 특별한 예방법은 없으며 피할 수 있는 위험인자에 노출되지 않는 게 최선이다. 평소 과음과 불필요한 스테로이드 사용은 삼가야 한다. 사타구니 부근에 통증이 느껴지면서 양반다리가 불편하다면 고관절질환을 의심해보고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양성철 수원 윌스기념병원 관절센터 원장은 “대퇴골두무혈성괴사증은 제 때 수술하고 관리하면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좋아질 수 있다”며 “무엇보다 질환 초기에 발견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