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김모 씨(22)는 굵은 팔뚝이 콤플렉스다. 지난 2년간 다이어트를 시행하며 몸매 만들기에 나섰지만 팔뚝엔 큰 변화가 없었다. 결국 아르바이트 비용을 모아 지방흡입수술을 받기로 결심하고 1차 목표를 달성했다. 다음 수순으로 부모님에게 수술하겠다고 고백하자 ‘절대 안 된다’며 혼쭐이 났다.
부모님의 수술 반대 이유는 다름 아닌 ‘마취’ 때문이었다. 김 씨 어머니는 “마취사고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는데 굳이 수술을 받아야겠느냐”며 만류했다. 김 씨는 마취 위험 경고에 갑자기 겁이 나기 시작했다. 지방흡입을 검색하다가 수술 중 마취사고로 사망한 여성의 이야기를 접했던 기억도 되살아났다.
수술을 고려하는 자녀의 의견에 반대하는 부모는 대개 ‘의료사고’를 걱정한다. 올 초에는 유독 ‘성형의 메카’로 불리던 서울 강남구에서 크고 작은 의료사고가 보도돼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됐다.
실제로 성형 관련 의료사고는 의료진의 부주의에 의한 출혈 또는 마취 미흡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건강했던 사람도 마취사고로 숨진 경우도 있었다.
마취사고의 원인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비전문가가 무분별한 처치를 했거나, 환자가 마취약물에 쇼크를 일으키는 체질이거나, 수술 중 측정장비가 오작동하는 게 대부분이다.
김덕경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가 2009∼2014년의 마취 관련 의료분쟁 105건을 분석한 결과 환자 105명 중 82명(78.1%)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해 평균 16명이 마취 의료사고로 사망했고, 환자의 90.5%는 마취 전 건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취통증의학회는 105건의 마취 의료사고 가운데 45명(42.9)%에 대해 “표준적인 마취관리만 했더라도 예방이 가능했다”고 판정했다.
안전한 수술 결과를 기대한다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하는지의 여부를 최우선으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간단한 국소마취로 이뤄지는 쌍꺼풀수술, 1시간 이내로 이뤄지는 코성형과 달리 수술시간이 3시간 넘게 걸리는 지방흡입수술·안면윤곽술·안면거상술·가슴확대술 등은 혹시 모를 응급상황에 대비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부터 마취받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적잖은 병원에서는 프로포폴을 사용하는 수면마취에 대해 ‘한숨 자고 일어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A모 성형외과 상담실장은 상담 시 “수면마취는 마취과 전문의가 필요 없는 간단한 마취법”이라며 “집도할 의사가 마취부터 사후관리까지 신경 써준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어 “하루에도 수많은 환자들을 다루는데 마취로 잘못된 분은 없다”고 강조했다.
프로포폴 등 마취약물 자체는 안전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다루는 사람에 따라 안전한 결과를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프로포폴 수면마취는 최소한 수술하는 사람 외에 독립적인 의사에 의해 시술돼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마취 시술자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면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마취는 수술 전에 약물을 주사하는 단순한 의료기법이 아니다. 수술에 들어가기 전부터 수술 후 환자가 완전히 깨어날 때까지 환자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전 과정으로 의사가 수술 전 환자를 관찰해 어떤 마취법을 선택할 것인지, 무슨 약을 써야 할지 판단한다. 수술 중에는 환자의 산소포화도, 혈압, 맥박 등을 수시로 체크하고 수술이 끝나고 환자가 의식을 회복할 때까지 상태를 살피는 것까지 마취과 의사의 몫이다.
김덕경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수면마취 관련 사고로 보고된 39건 중 30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고, 6명은 뇌손상 등 심각한 장애를 겪었다.
수면마취 사고 10건 가운데 9건은 마취과 전문의가 아닌 비전문의가 시행한 경우였다. 대개 수술 집도의가 마취와 수술을 동시에 하다 보니 환자 관찰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사고 이유로 지목된다. 정해진 시간 안에 수술을 끝내지 못하거나 수술 도중 다른 환자를 상담하기 위해 마취제를 과량으로 투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칫 환자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다.
비마취과 전문의의 마취시술은 현행 의료법상 불법은 아니다. 의사면허를 가진 의사라면 누구나 마취할 수 있다. 단 마취과 전문의와 비전문의의 차이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법에서 나타난다.
최근에는 ‘마취과 전문의의 상주 여부 중요성’이 부각되며 마취과 의사가 상주한다고 홍보하는 병원도 적잖다. 하지만 홍보 내용과 달리 마취과 전문의가 병원에 이름만 올려놓고 주변 병원 몇 곳을 묶어 수술방을 옮겨 다니며 진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규모 병원 입장에서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전속으로 마취과 전문의를 두지 않고 출장 전문의를 찾는다. 수술 건당 필요할 때마다 찾는 식이다. 출장 마취과의사 입장에서는 더 많은 수입을 위해 한 병원에 오래 머물지 않고 여러 곳을 순회하게 된다. 수술 후 환자의식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의사가 관리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방흡입수술에 특화된 365mc병원 지방흡입 마취 전담의 김규삼 원장(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은 “마취사고는 불특정 다수에게 불시에 일어난다는 경각심을 갖고 상근 마취과 전문의를 마취에 전념하는 의료 인프라를 구축해놨다”며 “마취사고는 사망, 뇌사 등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히기 때문에 마취과 전문의 상주가 최선의 예방책이란 신념으로 비용에 구애받지 않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365mc병원은 프로포폴 관련 의료사고가 사회적문제로 떠오르기 이전부터 마취시스템을 대폭 강화해왔다. 비만치료 특화 의료기관 중 최초로 ‘마취전문의 실명제’를 지난해부터 도입하고, 전 지점에서 지방흡입 수술 전담 마취과 전문의가 직접 마취를 시행하며,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다.
마취과 전문의가 각 수술방에 있는 환자의 마취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중앙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는 전국 빅5 대학병원이 모두 채용한 시스템으로 365mc 마취과 의사는 개인용 태블릿PC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환자의 산소포화도, 맥박, 혈압 데이터 등을 전송받고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대처할 수 있는 만큼 마취사고 위험성이 대폭 경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