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간경변 등 중증 간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C형간염의 인지도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간학회는 17일 ‘제18회 간의 날’을 맞아 간질환 건강검진 수검자 및 간질환 전문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각각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회가 지난 6월 23일부터 3일간 개최된 ‘The liver week 2017 -국제 간연관심포지엄’에 참석한 간질환 전문 의료인 119명을 대상으로 C형간염 정책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9%가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C형간염 진단검사가 포함돼야 한다고 답했다.
C형간염의 진단 및 치료 활성화를 위해 개선해야 하는 국가정책으로는 응답자 76%가 ‘국가건강검진에 C형 간염 검진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 밖에 해결해야 할 과제로 △C형간염 최신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확대(43%) △C형간염 예방 및 치료를 위한 대국민 홍보(34%) △C형간염 진단 및 예방을 위한 감염 관리 강화(24%) △C형간염 등록사업 등 국가관리 체계 확립(24%)이 꼽혔다.
현재 C형간염 진료환자가 많은 지역(35개 시·군·구)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C형간염 국가검진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응답자 대다수인 89%가 ‘유병률이 높은 지역의 거주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실효성이 낮다’고 답했다.
대한간학회의 대국민 홍보사업에 대해서는 응답자 96%가 C형간염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현재보다 더 적극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학회는 한국건강관리협회의 협조를 얻어 지난 4월 17일~5월 25일 전국 6개 도시(서울, 인천, 대전, 대구, 광주, 부산)의 20세 이상 남녀 건강검진 수검자 600명을 대상으로 대면조사를 시행했다.
평소 인지하고 있는 간질환 증상은 ‘피로감이 느껴진다’가 75%로 가장 많았고 ‘황달이 생긴다(56%)’, ‘입맛이 없고 구역질이 난다’(28%) 순이었다.
간질환 합병증으로는 간경화(68%), 간암(67%). 지방간(58%) 등의 인지도가 높았다.
응답자들이 간암 및 간경변증 주요 발생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음주(79%)였다. 다음으로 흡연(48%), B형간염(39%), 비만(35%)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C형간염을 꼽은 비율은 27%에 그쳤다.
바이러스 간염의 전염경로에 대한 인식 부족도 여전했다. 바이러스 간염은 주로 수혈 및 주사기 재사용 등 혈액을 통해 감염되거나 모체로부터 수직 감염되는 경우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음식 및 식기 공유를 주요 전파 경로로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응답자의 39%가 C형간염 바이러스 전염경로를 ‘잘 모르겠다’고 답했으며, 응답자 절반 이상은 C형간염 예방접종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또한 C형간염은 치료받으면 완치가 되는 질환임에도 응답자 44%만이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응답자 약 80%는 C형간염 항체검사가 국가 건강검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응답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 후 C형간염 항체검사의 국가건강검진 도입이 필요한가에 대해 질문했을 때는 응답자 82%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지방간과 알코올 간질환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85%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탄수화물 과다 섭취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응답자 80%는 지방간이 있는 경우 당뇨병, 심장병, 뇌졸중 등 질환 발생 확률이 더 높다고 응답해 지방간으로 인한 질병 발생 영향력 인식도 높은 수준이었다.
과체중, 비만, 지방간의 예방법으로 운동은 주 3~4회, 일 30~60분 운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알코올도수가 낮은 술을 마시거나 소량씩 자주 마시는 것이 간에 무리를 준다는 인식은 각각 73%, 63%로 높은 편이었으나 ‘무리가 없다’는 인식도 15%, 23%로 나타났다.
변관수 대한간학회 이사장은 “대한간학회는 지난 2000년 간의 날을 제정한 이후 주요 간 질환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선정하여 대국민 인지도 개선 캠페인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으나 간암 및 간경변증의 주요 원인인 B형 및 C형간염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는 아직 낮은 수준”이라며 “C형간염의 진단 및 치료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C형간염 항체검사의 국가 건강검진 도입이 필요하며 이번 설문조사에서 확인된 것처럼 많은 간질환 전문 의료인들이 이 점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