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모 씨(31)는 출산 후부터 간헐적으로 나타났던 손목통증이 1년 정도 지나자 아이를 안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가만히 있어도 손저림이 나타나고 걸레를 짤 때 심하게 아팠다. 통증과 저림 증상 탓에 새벽에 종종 깨는 일이 생기자 병원을 찾은 결과 손목터널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출산 전후 호르몬 변화로 인해 관절 및 인대 등이 느슨해진 상태에서 아이를 오랜 시간 안고 있거나 집안일을 하면서 손목을 무리하게 사용하게 되면 나타나는 질환이다. 손목 앞쪽 피부조직 밑에 손목뼈와 인대에 의해 생긴 작은 통로를 수근관이라고 부른다.
수근관에는 9개의 힘줄과 신경 하나가 손 쪽으로 지나간다. 여러 원인으로 이 통로가 좁아지거나 손목을 지나는 정중신경 주변의 인대가 두꺼워져 신경이 눌리면서 발생하는 질환이 손목터널증후군이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손목통증과 함께 손바닥과 손가락쪽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 손목 부위를 누르거나 두드리면 저린 증상이 심해진다. 손목을 굽힌 상태를 1~2분가량 지속하면 통증이 극심해진다. 잠을 자는 동안 손목의 혈액순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잠에서 깨어나는 일도 빈번하다.
이런 증상을 방치하면 엄지손가락의 감각이 떨어지고, 엄지손가락 쪽 두툼한 부분이 서서히 위축되면서 퇴행 변화를 일으켜 손바닥이 평평해진다.
증상이 가벼우면 손을 쉬게 하고 따뜻한 물에 20~30분씩 찜질을 해준다. 손목 보호대를 착용해 손목을 고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후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고, 스테로이드 주사치료를 실시한다. 보존적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은 피부병변을 1~2㎝만 절개한 뒤 내시경을 삽입하는 최소절개 방식으로 이뤄진다. 통증이 적어 빠른 시일 내에 회복할 수 있고, 합병증 빈도는 1~2%로 매우 낮은 편이다.
이미 근력저하와 근위축이 동반되고 감각변화가 심한 중증 손목터널증후군은 수술 후 기능회복까지 6~12개월이 소요된다. 간혹 수술 후에도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이동근 수원 윌스기념병원 손저림클리닉 원장은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아이를 안을 때 엄마 몸 쪽으로 최대한 밀착시킨 뒤 팔 전체 힘으로 들어올려야 한다”며 “손빨래나 걸레를 비틀어짜는 습관도 삼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