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낮 시간에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해 꾸벅꾸벅 조는 일이 잦거나, 이로 인해 놀이와 학습에 문제가 생긴다면 수면장애를 의심하고 전문의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 수면장애를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학습장애, 문제행동, 기분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이 없는데 주간과다졸음 증상이 나타난다면 기면증일 확률이 높다.
이지훈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이지원 임상강사, 주은연 신경과 교수팀은 주간과다졸음으로 병원을 찾은 청소년 중 수면무호흡증이 없는 133명을 분석한 결과 78명(58.6%)이 기면증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주간과다졸음 증상을 보인 청소년의 평균 나이는 15.3세였고, 주중 기준으로 오후 11시 44분 쯤에 잠이 들어 다음날 오전 7시 20분에 기상했다.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30분이었으며 주말엔 더 길었다. 비교적 충분히 수면을 취했음에도 낮 시간에 졸거나 잠에 빠져드는 것은 기면증 때문이었다.
이 질환은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중추신경계의 부분적인 장애로 발생한다. 최근 뇌 속 단백질의 일종인 하이포크레틴 부족이 발병원인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주간과다졸음이 정신적인 우울증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 교수팀은 청소년 102명을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와 다중입면잠복기검사로 수면장애를 확인하는 한편 우울감 정도를 함께 살폈다. 그 결과 53명(52%)이 우울감을 호소했고, 이 중 73.6%(39명)는 우울감 정도가 중등도 이상이었다.
이지훈 교수는 “수면시간이 부족하지 않은 데도 아이가 낮 동안 잠을 이기지 못한다면 수면장애일 가능성이 높아 전문의를 찾는 게 좋다”며 “단순히 졸음 증상만 치료할 게 아니라 한창 민감한 시기인 청소년의 마음건강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수면과 호흡(Sleep and Breathing)’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