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 지역의 환경소음이 임신성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민경복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서울대보건환경연구소와 공동으로 2002~2013년 20~49세 임산부 1만8165명을 조사한 결과 야간에 소음이 1㏈(데시벨) 증가하면 임신성 당뇨병 발생률이 약 7% 상승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진은 임신 첫 세달 동안 거주지 주변 환경소음 노출을 주간과 야간으로 구분해 정량화하고 임신성 당뇨병 발생과의 연관성을 관찰했다. 그 결과 소음에 가장 많이 노출된 여성은 가장 적게 노출된 여성보다 임신성 당뇨병 진단이 약 1.8배 많았다.
하지만 야간소음과 달리 주간소음인 임신성 당뇨와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임산부가 낮에 주거지에 머무는 시간이 저녁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소음과 일반인 당뇨병 발생의 관련성을 입증한 몇몇 연구들이 보고됐지만 임산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신성 당뇨병은 출산 후 회복되는 경향을 나타내지만 장기적으로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고, 출생한 아이는 소아비만 위험이 높다. 최근까지 학계에서는 임신성 당뇨병 원인으로 가족력, 고령 출산, 비만, 인종, 운동부족, 흡연 등을 꼽았다. 최근엔 환경유해물질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중금속, 프탈레이트, 대기오염 등과의 연관성도 보고됐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환경소음이 각종 질병, 장애, 조기사망 등을 초래하는 주요인이라고 발표했다. 환경소음은 스트레스를 유발해 교감신경과 내분비계통을 교란시켜 수면장애, 정신과질환, 심혈관계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민경복 교수는 “단순히 출산율을 올리려는 노력보다는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보호하려는 정책과 관심이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건강한 임신과 출산에 환경적 스트레스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환경 분야 주요 학술지인 ‘환경연구(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