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신은지 씨(27·여)는 지난달 대상포진으로 진단돼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몇 달간 과도한 업무와 다이어트가 이어지면서 신체 면역력이 떨어져 안면신경 대상포진이 발생했고 심각한 피부발진과 통증 탓에 회사를 관둬야 했다.
대상포진은 주로 중장년층이 많이 겪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학업과 직장업무를 통해 받는 스트레스가 가중되면서 20~30대 젊은 환자층에서도 증가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결과 2016년 대상포진으로 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는 총 12만7317명으로 전체 환자의 18.4%를 차지했다.
대상포진은 소아기에 수두를 앓았던 사람의 몸 안에서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잠복해 있다가 성인이 된 뒤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바이러스가 뇌와 척추신경 등 인체 곳곳에 뻗어있는 신경을 따라 증식해 발진, 수포,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신경절에 잠복했던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활성화되는 가장 큰 원인은 면역력 저하다. 노화, 만성질환, 항암치료 등으로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T-세포(T-Cell)의 기능이 떨어지면 대상포진 발생률이 높아진다. 최근엔 젊은이들이 입시, 취업준비, 직무에 따르는 스트레스와 잦은 야근, 과음 등에 시달리면서 면역력이 약해져 심심찮게 걸리는 상황이다.
초기엔 국소적인 통증이나 몸살 증세가 나타난다. 3~4일 뒤 신경절이 지나는 부위에 띠 모양으로 피부발진과 수포가 생긴다. 젊은층은 수포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반면 통증은 약해 발병 초기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수포화되기 전 발생하는 신경통을 단순한 근골격계 통증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성중 부평힘찬병원 대상포진클리닉 원장(마취통증학과 전문의)은 “젊은층은 중장년층보다 T-세포의 면역기능이 좋은 편이어서 대상포진 통증이 비교적 약하다”며 “이로 인해 바이러스 침투 자각이 늦어 치료가 지연되기 쉽다”고 말했다.
초기 치료를 놓치면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특히 뇌신경에 대상포진바이러스가 증식해 안면(顔面)신경이나 3차신경에 영향을 주면 각막손상, 청각손상, 안면마비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젊은 환자는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른 편이지만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힘들어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심할 수 있다. 또 고령 환자는 정신적으로 통증 대한 면역력이 있지만 젊은층은 통증을 잘 참지 못하고 직장생활이 어려워져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대상포진 예방백신은 T-세포 기능이 본격적으로 떨어지는 50~60대에 맞는 게 이상적이다. 20~30대 젊은층은 예방백신 주사보다는 평소 규칙적인 수면 및 식사 습관을 유지하고, 걷거나 뛰기 등 면역력을 높여주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