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과 치아 건강은 별다른 연관성이 없을 것 같지만 우울감을 자주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치주염 등 구강·잇몸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요즘처럼 가을 기운이 물씬 풍기는 환절기엔 무기력감과 우울증에 치통과 잇몸출혈이 겹쳐 짜증을 유발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가을철에 일조량이 줄면 생체리듬 변화로 ‘행복호르몬’으로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계절 변화에 따라 슬픈 감정과 무기력감이 나타나는 것을 계절성 우울증 또는 계절성 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라고 한다.
계절 변화로 인한 우울증과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뜨려 치아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박대윤 유디목동파리공원치과의원 대표원장은 “면역력이 감소하면 잇몸질환을 유발하는 원인균이 늘어 치주염이 악화되고 치통이 심해진다”며 “평소 잇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면 면역력이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는 등 구체적인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통계결과 우울증이 심할수록 치아건강이 나빠질 확률이 최대 8배 가까이 높아졌다. 세부 질병별로 치통과 잇몸출혈 위험이 18%, 턱관절장애가 41% 늘었다. 또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양치질을 덜하는 비율이 30%, 치아가 아픈데도 병원을 가지 않는 비율이 43%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계절성 우울증은 식욕이 저하되는 일반 우울증과 달리 초콜릿 같은 당분이나 탄수화물을 찾는 경향이 강해 치아 건강에 더 좋지 않다. 당 성분은 치아에 달라붙어 표면(법랑질)을 부식 및 마모시켜 세균의 침입에 취약한 환경을 조성한다.
우울증은 충치가 없더라도 치통이 느껴지는 비치성 치통의 위험도 높인다. 치통은 치수염·치주염·금이간 치아 등에 의해 유발되는 치성 치통과 우울증·심장질환·부비동질환 등 외적인 요인에 의한 비치성 치통으로 분류된다. 비치성이면 건강한 치아를 잘못 뽑거나, 치통 원인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병을 키울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기존의 구강질환과 치통이 우울증을 유발 및 악화시키기도 한다. 김신영·양성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치과병원 보존과 교수팀의 연구결과 치통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 자살충동, 스트레스의 발생률이 1.29~1.7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신건강과 치아건강의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치아의 청결과 잇몸 건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칫솔질이다. 일반적인 칫솔질인 회전법은 손목 회전을 이용해 아랫니는 아래에서 위로, 윗니는 위에서 아래로 칫솔모를 5~7회가량 회전시켜 닦아주고, 어금니 윗부분은 문지르듯 칫솔모를 눌러준다.
잇몸질환이 있다면 ‘바스법(bass method)’이 효과적이다. 바스법은 칫솔모 끝을 치아와 잇몸이 닿는 부위에 45도 각도로 밀착시킨 뒤 10초가량 앞뒤 방향으로 닦아주고 옆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잇몸과 치아의 경계에 있는 V자 모양의 틈, 이른바 ‘치주포켓’에 낀 플라크를 제거하고 잇몸을 마사지하는 데 도움된다. 1~2개월간 이 방법으로 칫솔질을 하면 잇몸이 정상으로 되돌아오고 피가 잘 나지 않는다. 잇몸염증이 가라앉은 뒤에는 다시 회전법을 사용하는게 바람직하다.
박대윤 원장은 “우울감을 느낄 땐 구강 상태가 나빠지지 않도록 청결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며 “칫솔질을 거르지 말고 치아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고, 치아에 이상이 보이면 즉시 치과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