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3일 개봉한 영화 ‘예수는 역사다’는 미국에서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기독교 변증가로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리 스트로벨(Lee Strobel)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냉소적 무신론자인 스트로벨이 기독교의 허위를 밝히기 위해 학자들을 취재하다가 기독교의 진실성을 깨닫게 됐다는 일화다.
영화는 개봉 첫 주 만에 5만 관객을 돌파하며 종교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작은 흥행을 했다. 국민 4명 중 1명이 기독교인이라는 점을 볼 때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기독교인들이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접근에 목말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더 이상 ‘믿습니다!’ 한 마디로 통용되는 시대가 아니다. 이제는 믿음도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예수는 도대체 누구인가. 예수의 본성과 정체성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다. 2000년 전에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하나님 나라’를 설파하다 십자가형으로 죽었던 예수가 과연 신성을 지닌 하나님인지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자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수가 정말 하나님이었는지에 기독교 신앙의 당위성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수의 신성에 대한 분명한 확신과 확증이 없다면 기독교 신앙이 한낱 가정, 전제, 신념, 수사에 머물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다수 기독교인은 예수를 하나님이 인간의 육체를 빌려 잠시 지상에 내려왔다 절대 영적 세계로 돌아간 존재로 보고 있다. 그러나 수년 전 출간돼 열광적인 관심을 끌었던 ‘다빈치 코드’, ‘예수 왜곡의 역사’,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 등의 책은 기독교 역사를 방대하게 연구해본 적이 없거나 심지어 성경도 완독하지 않은 저자들이 예수의 존재나 신성함을 부정하는 내용을 기술했다.
미국에서 변호사이자 종교학자로서 유명한 딘 오버맨(Dean L. Overman)이 물리학적, 역사적, 고고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예수가 신인임을 논증한 책 ‘예수는 신인(神人)인가’가 국내서 번역 출간됐다.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단순히 하나님이 보낸 자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수가 하나님이자 인간이라고 보는 게 신인(神人)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유대교와 영지주의를 비판한다. 유대교는 예수를 하나님으로도 메시아로도 인정하지 않으며, 선지자로 받아들이는 것조차 꺼려한다. 정통 유대교에 의하면 메시아는 이스라엘을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시키는 인물이어야 한다. 따라서 유대교는 로마 총독에게 체포되어 매질당하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가 메시아일 수가 없다고 단정한다. 무엇보다 유대교는 예수가 부활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믿는다. 오버맨이 서술했듯이 “유대교에서 부활은 한 사람을 위해 일어날 사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예수를 고대 메시아 예언의 성취자로서 보았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고대 유대교가 메시아에 대해 보여준 경외는 하나님에 대한 경외와 동등한 것은 아니었다. 유대인들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과 다른 존재나 사자(使者) 또는 메시아를 경외하는 것 사이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유대교 사상에서 하나님은 다른 존재들과 다르며, 심지어는 ‘신성한’ 존재들이나 천사 등의 영적인 존재들과도 다르다.
마찬가지로 초대 기독교 공동체의 예수 경배의 양식에 대해 설명하려 할 때 다른 존재들에 대한 경외와 예수에게 바치는 경외를 동등하게 취급할 수는 없다. 초기 기독교 사료에서 교회가 탄생한 지 20년도 지나지 않아 예수를 하나님으로 경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배타적이며 일신교였던 유대교에서는 독특하고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개였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를 경배하기 위해 예배용 문구들을 만들어냈다. 또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바울은 이러한 문구들을 서신들에 기록해 증거를 남겼다. 가장 오래된 기독교 공동체들이 이처럼 예수의 신성(神性)을 간증하는 증거들을 남겼고, 일부 신약학자의 주장과 달리 예수의 신성이 처음부터 기독교의 핵심 신앙이었음을 저자는 분명하게 보여준다.
영지주의(靈知主義, Gnosticism)는 예수가 너무 신성해서 사람이 아니었다고 믿는 종파였다. 영지주의자들은 영과 정신은 선하고 육과 물질은 악하다는 극단적 이원론에 근거해 구약의 창조주 하나님을 물질을 만든 저급한 신으로 보았다. 선한 그리스도의 영이 악한 인간의 육을 입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를 꺼려했다. 예수가 육체를 취했을 리 없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지상에 온 것도 아니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적도 없다고 믿었다.
요컨대 이 책은 우선 초대교회의 예배 양식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고 곧바로 하나님으로 숭배됐음을 보여준다. 예수는 ‘스스로 있는자(ego eimi)’라는 용어로 자신을 지칭하며, 이로 인해 공회(Sanhedrin) 앞에서 신성모독죄로 재판받게 된다. 역사적 증거들은 정경 복음서 기록들의 신빙성을 뒷받침한다. 복음은 예수의 십자가형 직후 신뢰할 수 있는 구전(口傳) 전수과정을 통해 전파됐다. 부활은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신구(新舊) 영지주의는 역사적 사건들이 아닌 허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 모든 종교가 동일한 근원을 제시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저자는 무신론, 유대교주의자, 영지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신약학자들조차 자주 간과하는 증거들을 분석한다. 신약 속 기독교 초기 역사가 기술된 성경은 비단 종교서적이 아니라 중요한 사료들을 곳곳에 감추고 있다고 소개한다. 저자는 40년 넘게 변호사로 활동해 온 경륜을 책에서 발휘한다. 마치 성경을 피고인처럼 다뤄 변호로서의 탁월한 수사력을 활용, 단순히 믿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논점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한다. 또 이 책의 마지막 두장에서 다원주의 사회에서 기독교인이 다른 종교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기독교를 믿지 않는 다른 사람들을 ‘진리에 일관된 자세’로 설득할 수 있는지 할애했다.
저자는 첫번째 저서로 옥스퍼드대의 템플턴 학자로 선정됐으며, 두 번째로 낸 책으로 템플턴 학술상을 받았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법학을, 미국 프린스턴신학대학원과 하버드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했다. 과학·물리학·정보이론 등을 연구하고 성서학·초대교회 초기문서·구전전승 등을 탐사하는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섭렵했다.
딘 오버맨 지음, 곽인철 번역, 종문화사, 488쪽, 1만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