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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성골수종약, 특정 병용요법에만 급여 … 치료제 선택폭 좁아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7-07-12 18:52:24
  • 수정 2020-09-13 16: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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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차 표적치료제 ‘벨케이드’ 등 단독요법 급여화 필요성 부각
다발성골수종 표적치료제인 한국얀센의 ‘벨케이드’(윗줄 왼쪽부터), 세엘진코리아의 ‘레블리미드’와 ‘포말리스트’, 암젠코리아의 ‘키프롤리스’
희귀 혈액암인 다발성골수종(Multiple Myeloma, MM) 환자가 인구고령화 등으로 최근 20여년간 10배 넘게 급증했다. 치료를 받아도 재발이 빈번해 생존율이 낮은 대표적인 질환이었으나 획기적인 치료제가 속속 출시되면서 치료예후가 점차 좋아지고 있다. 급여기준에 맞추면 환자의 치료제 선택 폭이 극히 좁아져 신약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다발성골수종은 비호지킨림프종, 만성골수성백혈병에 이어 발생률이 높은 3대 혈액암이다. 다른 암과 달리 완치라는 개념이 없어 경제적 부담이 크다. 치료받고 증상이 호전됐다가 재발하면 다른 약으로 바꿔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에 효과적인 약제를 얼마나 다양하게 쓸 수 있느냐가 생존기간 연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14년 다발성골수종의 연간 발생 건수는 1396건으로 이 중 연령별로는 70대가 32.1%로 가장 많았다. 60대가 29.7%, 50대가 19.8%로 뒤를 이었다. 최근 연간 발생 건수가 약 1400건에 육박해 1990년 약 100건 대비 14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환경오염으로 다이옥신 등 발암물질에 노출되면서 젊은층에서도 발생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다발성골수종은 골수에서 항체를 생산하는 백혈구의 한 종류인 형질세포(B세포의 한 종류)가 과도하게 증식해 발생한다. 비정상적인 형질세포를 골수종세포(myeloma cell)이라고 부르는데 이 세포는 종양을 만들고, 뼈를 녹인다. 또 골수를 침범해 백혈구·적혈구·혈소판 수치를 감소시켜 빈혈·감염·출혈 위험을 높인다.
골수종세포는 비정상적인 면역단백질(항체)인 M단백(myeloma protein, M protein)을 과다 생산해 이 항체의 혈중 농도가 진한 혈액과점도증후군(hyperviscosity syndrome, 두통·피로·시력장애 등 발생)을 초래한다. 뼈 성분인 칼슘의 혈액 유입으로 인한 고칼슘혈증, M단백의 신장 축적에 따른 신장질환이 흔히 발생한다.

미국 SEER암통계리뷰(SEER Cancer Statistics Review)에 따르면 다발성골수종 환자의 5년생존율은 1990년 29.6%에서 2012년 48.5%로 꾸준히 상승했으며, 치료법 발달로 10~15년 이상 장기간 무병생존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다발성골수종 치료 전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골수이식 가능여부이다. 자가조혈모세포이식(autologous stem cell transplantation, ASCT)은 표준요법 중 하나로 생존율을 높이는 효과가 커 1996년에 처음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65세 이하로 젊은 환자에서 활용되지만 질병활동도와 동반질환·장기부전 유무 등을 고려해 고령 환자에도 시술한다. 관해를 유도하기 위해 시술하기 수개 월 전부터 항암요법을 받아야 하며, 시술 직전에는 고용량 항암화학요법으로 골수종세포를 가능한 완전히 제거한 다음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주입해 손상된 골수가 회복하도록 한다. 드물지만 다른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기도 한다.

2000년대 들어 한국얀센의 ‘벨케이드’(성분명 보르테조밉, bortezomib)를 시작으로 세엘진코리아 ‘레블리미드’(성분명, 레날리도마이드, lenalidomide) 등 표적치료제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이들 신약과 기존 항암제 1~2개를 병용해 치료반응률과 생존기간이 향상됐다.

1960년대부터 수십년간 사용해온 고전약물은 계열에 따라 △알킬화제인 멜팔란(melphalan)·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 △스테로이드제(부신피질호르몬제)인 덱사메타손(dexamethasone)·프레드니솔론(prednisolone)· △면역조절제제인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안트라사이클린계(anthracycline) 항암제인 독소루비신(doxorubicin)·리포좀독소루비신(liposomal doxorubicin) 등으로 분류한다.
이밖에 세포독성약물(other cytotoxic drugs, 화학항암제)인 빈크리스틴(vincristine)을 독소루비신·덱사메타손과 3가지 병용한 VAD요법이 표준요법 중 하나로 활용된다. 독소루비신 성분의 오리지널 약품명은 화이자의 ‘아드리아마이신’(Adriamycin)으로 이를 성분명(adriamycin)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프레드니솔론은 프레드니손(prednisone)의 활성대사물이다.

벨케이드는 세계 최초의 단백분해효소억제제(proteasome inhibitor, PI)로 200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으며, 현재까지 1차 치료제로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는 2004년에 비급여로 먼저 출시된 이후 2011년부터 1차 치료에 급여가 지원되고 있다. 이 약은 암세포에서 단백분해효소(프로테아좀)을 억제함으로써 세포 내 손상되거나 불필요한 단백질의 과도한 축적을 유도해 종양을 사멸한다.

벨케이드는 출시한 지 10년 만에 다발성골수종 환자의 생존기간 중앙값을 1.5~2.4년 연장했다. 혈액질환 분야 국제학술지인 ‘블러드저널(Bloodjournal)’, ‘루케미아(Leukemia)’의 논문자료에 따르면 고전 항암화학요법 시대인 1971~1996년 생존기간 중앙값은 약 2.5년(29.9개월)로, 자가조혈모세포이식과 고용량 항암화학요법이 치료의 주를 이루던 1996~2006년에 약 3.7년(44.8개월)로 연장됐다. 벨케이드가 도입된 후 2006~2010년 생존기간 중앙값은 5.2~6.1년으로 늘었다.   

레블리미드는 새로운 면역조절제제(immunomodulatory drugs, IMiDs)로 종양세포 생성에 관여하는 사이토카인(cytokine)을 차단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 2005년 FDA 허가를 받았으며,  2009년에 국내 시판허가를 받은 지 약 5년 만인 2014년에 2차 치료제로서 급여 출시됐다.

세엘진의 ‘포말리스트’(성분명 포말리도마이드, pomalidomide)는 같은 IMiDs 계열 신약으로 2013년에 FDA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2014년에 시판승인 받은 이후 약 2년 6개월 만인 올해 초부터 3차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면서 면역기능을 강화해 종양의 증식을 막는다.
레블리미드와 포말리스트는 경구약으로 복용이 간편한 게 장점이다. 세엘진은 환급형 위험분담제(RSA) 카드를 내밀어 두 약의 급여화에 성공했다. RSA는 건강보험공단이 설정한 급여 한계액을 넘는 비용은 제약사가 부담해 약효의 유효성에 대한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보험자(공단)와 제약사가 분담하는 제도다.

단백분해효소억제제 계열의 새로운 치료제인 암젠코리아의 ‘키프롤리스’(성분명 카필조밉, Carfilzomib)는 2012년에 FDA 허가를 받았으며, 국내에는 지난해에 비급여 출시됐다. 암세포의 단백분해효소에 비가역적으로 붙어 가역적으로 결합하는 벨케이드보다 억제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게 특징이다.
키프롤리스와 레블리미드·덱사메타손를 병용한 3제요법(KRd요법)은 치료받은 적 있는 다발성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ASPIRE’ 글로벌 3상 임상에서 레블리미드·덱사메타손을 합친 2제요법(Rd요법) 대비 우월성을 입증했다. 두 치료법의 무진행생존기간(PFS, Progressive-Free Survial)은 26.3개월 대 17.6개월, 2년생존율은 73.3% 대 65%로 확인됐다. 암젠은 ASPIRE 연구결과를 근거로 급여화를 추진 중이다. 

벨케이드는 치료경험이 없는 1차 치료부터, 레블리미드는 벨케이드 치료에 실패한 2차 치료부터, 포말리스트는 벨케이드와 레블리미드 등 두 가지 이상 치료에 실패한 3차 치료부터 각각 건강보험이 적용돼 이들 약을 순차적으로 사용한다.
벨케이드, 레블리미드, 포말리스트 등은 특정 항암제와 병용할 때만 급여가 지원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옵션이 제한적이다. 이에 학계는 다발성골수종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제 2~3개를 다양하게 병합해 치료해야 하므로 핵심약물을 개별적으로 급여화하고 병용약제는 의료진이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벨케이드로 1차 치료할 때 급여기준은 조혈모세포이식이 가능한 환자의 경우 덱사메타손과의 2제 병용요법 또는 탈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과의 3제 병용요법, 조혈모세포이식이 불가능한 환자는 멜팔란·프레드니솔론과의 3제 병용요법으로 정해져 있다.
레블리미드와 포말리스트는 각각 덱사메타손과 병용할 때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제중 한국다발성골수종연구회 위원장(화순전남대병원 혈액내과 교수)은 “벨케이드·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덱사메타손 3제 병용요법은 임상연구에서 재발성 및 불응성 다발성골수종의 구제요법으로 치료효과가 확인됐음에도 급여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며 “보험급여 기준은 벨케이드를 1차 약제로 쓰되 병용약물은 일선에서 치료하는 의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가 최근 발간한 ‘2017 다발성골수종 진료가이드라인’에서는 1차 치료법으로 벨케이드·레블리미드·덱사메타손 3제요법, 레블리미드·덱사메타손 2제요법 등을 임상적 근거가 확실한 카테고리1로 분류해 사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국내 급여기준에 따르면 이를 실제 임상에 활용하기 어렵다.
NCCN은 키프롤리스 관련 2차 치료법으로 덱사메타손과의 2제요법, 레블리미드·덱사메타손 3제요법을 각각 카테고리1로 분류했지만 현 건강보험 제도에선 고가의 신약인 키플롤리스가 경제성(비용 대비 효과) 평가를 통과해야 하므로 급여화에 언제 성공할지 미지수다. 당분간 환자에겐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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