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체중인 사람이 간수치까지 높으면 식도암 위험이 3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윤진·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한국인 838만8256명의 평균 8.7년간 건강검진 자료를 추적관찰한 결과 체질량지수(BMI)가 18.5㎏/㎡ 미만으로 저체중인 사람은 정상체중군(18.5~23㎏/㎡)보다 식도암 발생률이 4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또 간수치를 나타내는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GGT)가 40IU/ℓ 이상인 사람은 16IU/ℓ 이하인 사람보다 식도암 발생률이 2.22배 높았다. 특히 저체중이면서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가 40IU/ℓ 이상인 경우 위험도가 3.65배까지 급증했다.
식도암은 전세계에서 암 사망률 순위 중 6위를 차지한다. 식도는 음식이 지나다니는 길이어서 암세포가 자라면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워진다. 처음엔 고기 같은 고체 형태의 음식을 삼키기 어렵고 점차 물조차 넘기기 힘들어진다.
식도는 잘 늘어나는 성질 탓에 암세포 크기가 작으면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불편함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땐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시경검사는 식도암 초기의 점막 변화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 이상 징후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 일단 암세포가 발생하면 림프절을 통해 주변 장기 및 기관으로 빠르게 전이되는 탓에 5년생존율은 40%가 채 되지 않는다.
식도암은 크게 식도선암과 식도편평세포암으로 나뉜다. 미국과 서유럽 등 서양에선 식도선암 발병률이 높아 지금까지 관련 연구는 식도선암에 집중됐다. 서양인의 식도선암은 비만이 주요 위험인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한국인 식도암은 95% 이상이 편평세포암인 데다 서양보다 비만율이 낮아 세로운 위험인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었다.
최윤진 교수는 “식도암 조기발견을 위한 지표가 전무한 상황에서 표본집단이 아닌 약 840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구집단을 기반으로 한국형 식도암의 위험인자를 밝혀냈다”며 “저체중이거나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 수치가 높다면 식도암 예방 및 조기발견에 신경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도암 조기발견의 표지자로서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의 사용 가능성이 입증된 만큼 다른 암과의 연관성 입증을 위한 연구가 활발해질 것”이라며 “저체중에서 정상체중으로 회복했을 때 식도암 발생 위험이 줄어드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문은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5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