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 씨는 최근 뇌경색으로 입원한 아버지의 병수발을 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말이 어눌해지고 오른쪽 팔·다리가 부자연스럽다는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아버지와 함께 응급실을 방문했지만 후유증이 컸다. 원인은 부정맥에 의해 생긴 뇌경색이었다. 몇 년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했던 아버지의 말을 흘려들었던 게 후회스러웠다.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으로 뇌경색을 앓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심방세동은 심장 구조물 중 심방이 불규칙하고 가늘게 빠른 속도로 떠는 것으로 가슴두근거림이나 숨찬 증상이 주로 동반된다.
심방세동이 생기면 심장이 혈액을 제대로 뿜어내지 못해 심장에 혈액이 고인다. 이로 인해 혈액이 엉겨붙어 혈전이 생기고, 심장 밖으로 나온 혈전이 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된다.
혈전이 뇌혈관으로 가면 뇌경색을 일으키는데, 특히 심장에서 만들어진 혈전으로 발생하는 뇌경색은 예후가 좋지 않다. 최의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와 강시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2003~2013년)를 통해 국내 심방세동 환자 1만846명의 뇌경색 위험을 분석한 결과 심방세동 환자의 뇌경색 발생 위험은 연간 3%에 달했다.
위험인자로는 65세 이상(3.28배), 75세 이상의 고령(3.95배), 고혈압(3.61배), 당뇨병(1.64배), 동맥경화성 질환(1.5배), 뇌졸중 과거력(7.21배), 심부전(2.3배) 등이 꼽혔다.
강시혁 교수는 “심방세동은 증상이 가벼워 간과하기 쉽지만 위험인자가 두 개 이상일 경우 뇌경색 예방을 위한 항응고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의근 교수는 “심방세동은 심장 부정맥 중 가장 흔한 형태로 국내 전체 인구의 0.67%에서 발견된다”며 “연령이 증가할수록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데 60대의 유병률은 3.0%, 70대는 4.2%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슴두근거림 같은 증상을 가볍게 여기지말고 조기진단해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일본심장학회지’(Circulation Journal)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