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편해야 몸이 편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예쁜 하이힐을 신어도 발이 불편하면 그날 하루 내내 몸이 힘들어 결국 하이힐은 신발장으로 직행해 영영 재회하지 못하기 쉽다.
발은 26개의 뼈, 32개의 근육과 힘줄, 107개의 인대가 얽혀 있다. 걸을 때마다 체중의 1.5배에 해당하는 하중을 받고, 하루에 5000~8000번의 걸음을 내딛는다. 심장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지만 심장에서 받은 혈액을 다시 올려 보내는 ‘제2의 심장’ 역할을 한다. 발은 신체의 2%만을 차지하지만 나머지 98%를 지탱하는 ‘극한 노동’을 매일 이어가고 있다.
발뒤꿈치 통증 등 발바닥에 생기는 문제는 대부분 족저근막염 탓이다. 발바닥을 둘러싼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전체 인구의 1%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범재원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교통수단의 발달로 덜 걸어서 발의 근력이 줄고, 외적 아름다움 위주로 신발을 고르다보니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으며, 식생활의 변화로 비만 위험이 높아지면서 발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말했다.
족저근막염은 특징적인 증상 탓에 진단은 수월한 편이다. 아침에 첫발을 내딜 때 발뒤꿈치 통증이 심하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 조금 걷다보면 좀 나아진다. 하지만 오랫동안 앉았다가 일어나 첫걸음을 뗄 때 같은 증상이 있으면 족저근막염일 확률이 높다. 범 교수는 “병원에서 객관적 진단을 위해 초음파검사를 해보기도 하는데 초음파상 족저근막이 5㎜이상 두꺼워지는 영상이 보이면 족저근막염으로 진단한다”고 말했다.
족저근막염은 체중이 갑자기 늘었거나, 무리한 운동을 하거나, 신발 앞부분과 뒷부분의 차이가 심한 하이힐을 오래 착용하는 경우에 호발한다. 발뒤꿈치부터 발바닥 앞쪽까지 이어주는 족저근막에 반복적으로 자극이 가해지면 콜라겐이 변성되고 염증이 생겨서 통증으로 이어진다.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떨어지는 폐경기 여성, 평발인 사람, 운동으로 종아리근육이 지나치게 발달한 사람이 조심해야 한다.
조깅, 등산, 마라톤 등 운동 마니아 가운데 전에 없던 발뒤꿈치 통증을 호소한다면 운동으로 인한 체중부하로 발뒤꿈치에 반복적으로 압박이 가해지며 통증이 유발되고, 심하면 족저근막염으로 이어진다. 족저근막염은 운동으로 인한 발뒤꿈치 통증 원인 중 가장 흔하다. 또 달리기 손상의 약 10%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평발인 사람은 족저근막에 당겨지는 힘이 과도하게 작용해 족저근막염에 상대적으로 쉽게 노출된다. 종아리근육이 짧아 발목관절이 위로 꺾이지 않는 사람은 발목에 지나친 부하가 걸리면서 족저근막에 스트레스가 가해진다. 정상적으로 보행하려면 발목관절이 최소한 10도 상방으로 젖혀져야 하지만 이런 과정이 어려워서다. 또 발바닥 아치가 높아도 충격을 잘 흡수하지 못해 족저근막에 더 많은 스트레스가 전달된다.
황지효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골관절센터 정형외과 교수는 “족저근막염 환자 중엔 아킬레스건이 짧아진 경우가 많다”며 “이를 예방하려면 아킬레스건을 충분히 스트레칭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아킬레스건을 구성하는 부위는 장딴지에 있는 비복근과 가자미근으로 둘을 모두 스트레칭 해줘야 효과적이다. 발바닥 아치 밑에 골프공을 굴려 마사지하거나 의자에 앉아 발꿈치를 바닥에 대고 발목을 상방으로 젖혀 족저근막을 스트레칭하면 시원하다. 냉찜질이 효과적인 만큼 물병에 물을 넣고 얼려서 굴려주는 것도 좋다.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나 오랫동안 앉아 있다가 걷기 시작하기 전에 미리 스트레칭해주면 효과적이다.
만약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거나 체외충격파 시술을 받아야 한다. 족저근만염은 대개 비수술적 치료로 만족할 만큼 호전될 수 있다. 황 교수는 “족저근막염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생체역학적인 이상을 찾아 교정하고, 체중을 줄이며, 쿠션이 있는 신발을 신고, 오래 서 있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