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한일규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조환성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팀은 10~12일 일본 가나자와에서 열린 ‘국제사지구제술학회(International Society of Limb Salvage)’에서 한국인 최초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연구팀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로봇공학과 연구팀(홍재성 교수)과 세계 최초로 골종양수술용 증강현실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동물실험을 통해 프로그램의 우수성과 실제 수술에 적용 가능성을 증명했다. 첨단 정보통신(IT) 기술을 골종양수술에 접목해 치료효과를 높인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진단이미지를 통해 확보한 종양의 위치와 크기를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눈으로 보이지 않았던 종양의 위치가 태블릿PC에 표시된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증강현실을 이용한 골종양 절제수술이 기존 수술법보다 정확도가 높은 것을 증명했다. 총 123개 돼지 대퇴골 중 82개 대퇴골에 대해서는 증강현실 시스템을 통한 수술로 골종양을 절제했고, 41개의 대퇴골에 대해서는 증강현실 시스템의 활용 없이 기존방식대로 절제수술을 진행했다. 그리고 절제된 종양을 통해 안전거리를 얼마나 지켜 암과 주위 조직을 절제했는지 두 수술의 결과를 비교했다.
보통 종양을 절제할 땐 암의 경계로부터 10㎜ 정도 안전거리를 두고 암을 포함해 주위 정상조직을 절제한다. 예컨대 골종양 크기가 직경 30㎜라면 10㎜의 안전거리를 양쪽으로 적용하고 종양을 포함해 직경 50㎜ 정도로 조직을 제거한다. 안전거리를 최대한 벗어나지 않도록 절제해야 재발을 예방하고 수술 후 뼈조직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연구팀은 증강현실시스템을 활용한 골종양절제수술과 기존수술법으로 진행한 수술에 대해 10㎜의 안전거리에서 벗어난 오차를 측정했다. 그 결과 증강현실시스템을 활용한 수술은 A등급인 3㎜ 이하의 오차 비율이 90.2%, B등급인 6㎜ 이하 오차가 9.8%였다. 반면 기존 수술법은 A등급이 70.7%, B등급이 19.5%, C등급인 9㎜이하 오차가 6.1%로 오차 폭이 컸다. 나머지 D등급인 3.7%에서는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못해 종양을 남겨두고 절제했거나 9㎜를 넘는 오차를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조 교수팀은 정강이뼈 골종양수술에 증강현실시스템을 적용, 불필요한 절제를 최소화하면서 종양을 안전하게 절제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정형외과학술지인 골관절연구지(Bone and Joint Research)’ 3월호에 게재됐다.
조환성 교수는 “증강현실기법을 골종양수술에 활용함으로써 복잡하고 값비싼 기존 수술용 네비게이션장치의 단점을 보완했다”며 “간편한 태블릿PC를 사용해 안전하고 완벽하게 골종양을 제거하고 최대한 뼈를 살려 수술 후 팔·다리의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팔·다리뼈에 발생한 암 수술용 프로그램 뿐 만 아니라, 골반뼈에 생긴 암에도 적용할 수 있는 증강현실 소프트웨어 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증강현실프로그램을 골종양수술에 적용하면 육안으로 구별되지 않는 정상 골조직과 종양조직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며 “이는 정상 골조직을 도려낼 필요 없이 종양을 안전하고 완벽하게 절제하는 데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골종양 완치율 향상 및 팔다리 기능 보존 및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골종양 같은 희귀암에 대한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2년마다 열리는 국제사지구제술학회는 골관절종양 관련 학회 중 규모가 가장 큰 학술단체로 올해 행사엔 40여개국 참가자 800여명이 757편의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