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애브비는 경구용 만성 C형간염바이러스(HCV) 치료제인 ‘비키라’(성분명 옴비타스비르·파리타프레비르·리토나비르, ombitasvir·paritaprevir·ritonavir) 및 ‘엑스비라’(성분명 다사부비르, dasabuvir)가 오는 6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고 29일 밝혔다.
국내에서 가장 흔한 유전자형인 1b형 환자는 약 299만8000원을 부담해(총 약값 999만3648원의 30%) 비키라·엑스비라 12주요법으로 치료받을 수 있게 됐다. 아침에 비키라 2정과 엑스비라 1정을, 저녁에 엑스비라 1정을 음식과 함께 복용한다.
이 회사는 29일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키라·엑스비라의 임상적 가치를 소개했다.
비키라·엑스비라 병용요법은 최근 출시한 한국MSD의 ‘제파티어’(성분명 그라조프레비르·엘바스비르, grazoprevir·elbasvir)가 1b형 12주요법의 환자부담금이 약 328만원(총 1092만원)인 것에 비해 29만원가량 저렴하다. 비키라·엑스비라와 제타피어는 1b형 환자에 NS5A 유전자의 내성관련변이(resistance associated variants, RAV) 사전검사가 필요없다.
국내 C형간염 환자 중에는 유전자형 1b형이 45~59%, 2a형이 26~51%, 1a형 약 3%, 4형 0.2%로 추정된다. 1b형에는 한국BMS제약의 ‘다클린자’(성분명 다클라타스비르, daclatasvir)·‘순베프라(성분명 아수나프레비르, asunaprevir)’ 24주 병용요법이 250만원대(환자부담금)로 저렴해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다. 하지만 이 요법은 NS5A 내성변이(RAV)가 있는 환자에 쓸 수 없어 사전검사가 필요하다. 1b형 중 약 10%는 NS5A 내성변이가 관찰된다.
C형간염은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전파되며, 국내 유병률은 0.8%로 추정된다. 전체 환자의 약 85%는 만성화되는데 이 중 20~30%는 간경변으로, 1~2%는 간암으로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b형은 다른 유전자형 대비 간세포암종 발생위험이 약 2배 높다.
비키라·엑스비라 12주 요법은 한국·대만·중국 등 아시아 환자 총 754명이 참여한 3상 임상연구인 ‘ONYX-I’과 ‘ONYX-II’에서 한국인 환자 100%가 치료 12주째 지속바이러스반응(SVR12,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상태로 완치를 의미)에 도달했다. NS5A 내성변이, 대상성간경변, 치료경험 유무 등에 관계 없이 리바비린을 병용하지 않고도 효과적이었다. 이상반응은 혈중 빌리루빈 증가, 가려움증, 빈혈 등으로 대부분 경미했다.
이같은 결과는 3상 임상 ‘SAPPHIRE-I’·‘SAPPHIRE-II’, ‘PEARL-II’·‘PEARL-Ⅲ’·‘PEARL-Ⅳ’ 등 5건의 사후분석에서도 일관됐다. 유전자형 1b형 환자는 리바비린을 병용하지 않고 SVR12 100%를 달성했으며, 1a형은 12주간 리바비린과 병용·치료해 SVR12 97%에 도달했다.
비키라·엑스비라는 투석을 받는 등 중증 신장애를 동반한 유전자형 1, 4형 환자에서 용량 조절 없이 처방할 수 있다. 중증 신장애를 동반한 1b형 환자 48명을 대상으로 한 ‘RUBY-I 파트2’ 3b 임상에서 리바비린을 병용하지 않고도 12주 또는 24주간 치료해 지속바이러스반응률(SVR, 완치 의미) 96%를 달성했다.
안상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비키라·엑스비라는 국내에서 가장 흔한 1b형 환자에 리바비린을 병용하지 않고 12주요법을 시행한 결과 완치율(SVR12)이 100%로 경쟁약 제파티어의 98~100%보다 높은 편이고 가격은 저렴하다”며 “반면 1일 2회 총 4정을 복용해 1일 1회 1정 복용하는 제파티어보다 투여 편의성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클린자·순베프라 병용요법은 1일 2회 총 3정을 24주간 복용함에도 NS5A 내성변이가 없는 1b형 환자에서 높은 완치율을 보였다”며 “비키라·엑스비라 요법은 12주로 복용 기간이 더 짧아 복약순응도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비키라는 제파티어와 달리 유전자형 1b형뿐 아니라 1a형 환자에서 NS5A 내성변이 검사가 필요 없고, 간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나 중증 신장애 환자도 복용할 수 있다”며 “단백분해효소억제제(PI, protease inhibitor) 성분인 파리타프레비르의 작용으로 간수치(빌리루빈)가 상승할 수 있지만 간기능 저하로 이어지지 않으며, 치료가 끝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간사랑동우회는 회원 213명을 대상으로 C형간염 치료·관리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8~24일 온라인 설문조사 한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170명이 C형간염에 감염된 적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유전자형 1b형이 39%로 가장 많았다. 2형(28.6%)과 1a형(17.5%)이 뒤를 이었다.
C형간염 환자 170명 중 치료받을 때 겪은 스트레스 정도는 약가 등 경제적부담(82.3%), 부작용 관련 불안감(79.2%), 치료에 실패할 수 있다는 두려움(74.6%) 등 순으로 높았다. 치료제 선택기준으로는 1%라도 효과가 높은 약(40%)이라고 가장 많이 손꼽았으며, 치료실패 확률이 조금이라도 낮은 약제(16.9%)가 뒤를 이었다. 환자 중 22%는 치료실패를 경험했으며, 그 원인으로는 부작용 발생에 따른 치료 중단과 정량 복용 후 효과 저하가 각각 35.7%로 가장 많이 꼽혔다.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는 “최근 경구용 치료제(DAA, direct antiviral agent, 직접작용제) 개발로 C형간염 완치율이 90% 이상까지 향상됐지만 치료실패 후 다시 치료받을 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약은 아직 없어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한 약제를 선택하는 게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