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막하출혈은 뇌출혈 중 뇌의 가장 바깥의 막인 지주막 아래에 출혈이 생기는 질환이다. 주로 뇌동맥 파열로 발병하고 신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매우 높고 인지기능 저하 등 후유장애가 6년 가까이 지속될 수 있다. 특히 기억력, 실행능력, 언어기능 등이 큰 타격을 입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주막하출혈 환자는 2012년 2만6283명에서 2016년 3만804명으로 17% 증가했다.
간혹 지주막하출혈을 진단받은 드라마 주인공이 목을 잡고 쓰러진 뒤 기억을 잃고 사람을 못 알아보는 장면은 다소 과장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발생하는 증상이다. 전체 환자의 20~60%가 기억력장애를 겪고, 특히 방금 말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언어기억력 저하가 가장 많이 나타난다.
실행능력 저하도 예후에 따라 3~76%의 확률로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냉장고에서 물 좀 가져다 주세요’라는 말을 듣고 냉장고 앞까지 갔다가 다음 단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지주막하출혈 이후 인지기능을 회복하려면 약물치료와 인지재활치료가 필요하다. 유승돈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신경외과팀과 시행한 공동연구에서 치매약으로 알려진 도네페질을 무작위, 이중맹검으로 투여한 결과 집중력과 기억력이 향상됐다”며 “현재 도네페질 같은 치매치료제가 지주막하출혈로 인한 인지기능 손상 환자의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지재활치료는 기억력, 실행능력, 언어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작업치료와 언어치료를 병행한다. 단순한 내용부터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것까지 지속적으로 자극 강도를 높인다. 최근엔 컴퓨터를 활용한 인지향상프로그램을 운영해 치료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상당수 환자가 의사는 좋아졌다고 말하는데 왜 정작 혼자 생활은 어려운지 궁금해한다. 장애 정도는 신경심리검사를 이용해 각각의 영역별로 개별적으로 평가하지만 실제 생활은 모든 인지기능이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어서 개별 평가결과와는 큰 차이를 보일 때가 있다.
유 교수는 “치료 후 환자가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오랜 재활 기간을 거쳐야 하므로 주변 보호자나 지인의 이해와 인내심이 필요하다“며 “지주막하출혈 환자는 인지기능 저하 문제 외에도 불안, 불면, 피곤 등 정신과적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가족의 적극적인 지지와 격려가 도움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