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머크는 기존 크리스퍼-카스(CRISPR-Cas) 시스템을 이용한 유전자가위(nuclease)보다 효율적인 ‘프록시-크리스퍼(Proxy-CRISPR)’를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프록시-크리스퍼는 새로운 유전자교정(genome editing) 기술로 유연하고 특이성이 높아 크리스퍼-카스9 등 기존 유전자가위가 접근하지 못한 DNA 부위에 작용할 수 있다. 박테리아의 크리스퍼 시스템을 사람세포에 도입하기 위한 조작 과정이 필요없어 사용이 간편하다.
관련 연구결과는 ‘포유류 유전자 조작을 위한 프록시-크리스퍼 기반 크리스퍼-카스 시스템의 특이적인 활성화’(Targeted Activation of Diverse CRISPR-Cas Systems for Mammalian Genome Editing via Proximal CRISPR Targeting)라는 제목으로 국제 자연과학저널인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지난 4월 7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프록시-크리스퍼를 활용해 유전자를 교정하려는 타깃 DNA 부위를 개방(open)함으로써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원리를 소개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3세대 유전자가위로 암 관련 유전자 규명부터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 정상화 등 희귀난치질환 치료까지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이 기술은 박테리아가 바이러스의 2차 공격에 빠르게 대응하려는 적응면역 체계에서 유래했다. 재침입한 바이러스를 인식하고 DNA를 잘라 증식을 막는 카스9(Cas9) 등 카스 절단효소(nuclease, 단백질의 한 종류)를 이용한다.
머크는 2012년부터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관한 특허를 출원해왔으며 이 중 프록시-크리스퍼 기술 관련 특허가 여러 건 포함돼 있다. 지난해 유전자교정 기술전담팀을 구성했으며, 올 하반기 관련 도구인 카스와 카스 유사단백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최근까지 14년간 유전자교정을 연구했으며, 유전자제거(knock-out)용 맞춤형 생체분자인 ‘타게트론(TargeTron)’과 2세대 유전자가위인 ‘징크핑거(Zinc Finger nucleases))’를 기업 중 최초로 전세계에 공급했다. 인간 전체 유전체를 대상으로 ‘크리스퍼 라이브러리’를 제작해 신약개발 및 질병 치료법 연구를 가속화했다.
머크가 개발한 ‘크리스퍼 시스템을 이용한 후생유전학적 활성화제(CRISPR Epigenetic Activator, p300-Cas9)’는 후생유전학 및 관련 질병 연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세계 생명과학저널인 ‘사이언티스트(Scientist)’ 선정 ‘2015년 10대 혁신기술’로 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