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임상암학회는 정의당이 지난 대선 때 제안한 담뱃세 국고 인상분을 암치료비에 우선사용하겠다는 공약을 새 정부가 수용하기를 바란다고 19일 밝혔다.
이대호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고가 항암제 치료로 경제적 파탄에 이른 ’메디컬푸어‘가 늘고 있어 의료재난 상황”이라며 “새 정부는 보건의료 문제 중 이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학회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암환자가 문재인 대통령에 바란다’를 주제로 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주요 정당의 19대 대선 보건의료 공약을 되짚었다.
김봉석 보험정책위원장(중앙보훈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은 “지난 대선 때 각 정당은 공통적으로 비급여 치료제의 급여화 등을 통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고, 소통과 협치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줘 다른 정당이 제시한 보건의료 공약의 장점도 적극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학회는 정의당의 담뱃세를 활용한 암환자 치료비 경감안 외에 국민의당이 제시한 △급여등재 절차 신속운영 △항암신약의 건강보험 보장률 기존 29%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9%)으로 점진적 향상 △암환자 의료비 지원대상을 5대암에서 전체암으로 단계적 확대 등의 공약도 정책에 반영해줄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보편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초점을 맞춰 △환자본인부담금 100만원 상한제 도입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으로 가계파탄 방지 △급여등재 절차 개선 등을 보건의료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 교수는 이어 “국민 3명 중 1명은 평생동안 한 번은 암에 걸리는 것으로 추산돼 암환자의 치료비 부담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며 “암환자 보장성 강화를 위해 국민협의체를 구성하고 모든 이해당사자 의견을 반영해 다각도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호 교수는 “항암신약이 국내 출시된 후 급여화되기까지 영국처럼 정부와 제약사가 공동펀드를 조성해 치료비를 지원하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신약의 임상데이터도 빠르게 축적돼 경제성(비용 대비 효과) 평가가 더 명확해질 것”이라며 “현재 건강보험제도를 보완해 각 환자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백진영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는 “항암신약의 급여화 여부를 평가할 때 경제성도 중요하지만 삶의 질 향상도 반영해야 한다”며 “전체 암환자가 건강보험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민환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장은 “현 제도에선 중증 암환자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암제 등으로 치료할 때 5년간 비용의 5%만 부담하면 되는데 나머지 95%를 정부가 부담해 비용 문제로 다른 신약의 급여등재가 더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다”며 “환자의 치료비 본인부담률을 5%로 고정할 게 아니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항암신약 가격은 국가별로 크게 달라 정부도 정확히 알기 어렵다”며 “제약사가 사회공헌활동 개념으로 객관적인 가격을 제시하면 급여 협상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