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양모 씨(26·여)는 최근 사무실에서 ‘지나치게 화장실에 자주 다니는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들었다. 늘어난 업무량에 스트레스가 심해지며 방광염이 도진 탓이다. 지난해 거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처음 증상이 나타난 뒤로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마다 자꾸 화장실을 찾게 된다. 그는 “거의 30분에 한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니 눈치가 보인다”며 “막상 소변을 보면 얼마 나오지도 않고, 그렇다고 참을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 방광염 환자 10명 중 9명이 여성일 정도로 여성에겐 흔한 질환이다. 방광염은 세균이 요도를 지나 방광에까지 침입, 염증을 일으킨다. 치료가 비교적 쉽지만 재발이 잦다.
급성 방광염은 신체기관에 이상은 없는 상태에서 세균이 침입해 발생한다. 원인균은 80% 이상이 대장균이며 나머지는 포도상구균, 장구균, 협막간균, 변형균 등이 있다. 소변이 자주 마려운 게 특징이다. 심하면 허리나 아랫배가 아프고 엉덩이 윗부분에서 통증이 발생한다. 때때로 혈뇨나 농뇨를 보이기도 한다.
만성 방광염은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간헐적으로 방광의 염증 및 통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세균, 신우신염, 당뇨병, 폐경기 여성호르몬 감소, 알레르기, 불규치한 식사, 생활습관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유발된다.
세균성 만성 방광염은 급성 방광염과 증상이 같지만, 비세균성 방광염은 소변을 자주 봐도 잔뇨감이 남아있고 하복통·골반통·성교통이 동반된다.
김대경 대전 을지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방광염 진단은 주로 임상적인 증상과 뇨검사로 이뤄진다”며 “방광염을 유발하는 균은 매우 다양하며, 균 자체보다 균이 분비한 독소에 의해 질병이 발생해 소변에서 균이 검출되지 않는 경우도 적잖다”고 말했다. 이어 “방광염은 정확한 원인을 찾아 적절한 약물처방을 내려야 하는 만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은 뒤 확실한 원인균을 아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이석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단순 방광염의 50% 정도는 특별한 치료 없이 자연치유되기도 하지만 증상이 반복되고 악화된다면 자칫 상부요로감염으로 인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려면 증상이 나타난 초기에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벼운 방광염 증세는 항생제 등 약물을 3~4일치 처방받아 가라앉히게 된다. 이는 국제적으로 1차적 치료단계로 인정되며 치료의 근간이 되고 있다. 급성 방광염은 주로 세균 감염으로 인한 게 대부분이어서 항생제로 치료가 잘 되는 편이다. 반면 만성 방광염으로 악화됐다면 염증이 사라진 뒤에도 일정 기간 치료받아야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증상이 나아졌다고 여겨 스스로 약물 복용을 멈추는 행동은 재발의 원인이 된다.
김대경 교수는 “방광염 치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주 재발해 항생제를 남용하다가 끝내 약이 듣지 않는 내성균이 자라 치료를 해도 낫지 않고 계속 같은 균에 감염된다는 것”이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초기에 정확한 진단 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처방받은 약의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지 않으며,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방광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게 수분관리다. 하루 6~8잔, 1~1.2ℓ 정도의 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방광에 무리가 갈 수 있다. 급성 방광염의 경우 물을 많이 마셔서 염증을 씻겨 내려가게 하는 게 좋지만, 만성 방광염이나 과민성 방광 등으로 방광이 약해진 사람들은 오히려 방광이 약해질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적게 마시면 소변이 농축돼 방광염에 쉽게 걸리기 때문에 적당량의 수분을 섭취하도록 조절해야 한다. 방광을 자극하는 카페인, 탄산음료, 알코올 종류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게 가장 좋지만 현대인들에게 심신안정이란 쉽지 않은 일이다. 평소 재발을 억제하려면 평소 소변이 산성화되도록 돕는 크랜베리 주스, 이뇨작용에 도움이 되는 호박 등을 섭취하는 게 좋다. 호박은 비타민A가 풍부해 원기를 회복시키고 노폐물 배출과 이뇨작용에 도움이 된다. 크랜베리에 함유된 안토시아닌은 항산화작용으로 인체가 균에 감염됐을 때 회복을 빠르게 유도한다. 필요에 따라 예방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청결 유지도 필수사항이다. 성관계 시 살균제 등을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고, 관계 직후 소변을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바람직하다. 배변·배뇨 후 회음부나 항문을 세척할 때에는 앞에서 뒤로 세척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