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더욱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는 입자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작아 대기오염물질 중 가장 치명적이다. 황산염·질산염·암모니아 등 이온성분, 금속화합물, 탄소화합물 등의 나노입자를 가득 머금은 상태에서 호흡기를 통해 혈관 곳곳에 침투, 뇌졸중·심장질환·호흡기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다.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자료에 따르면 400만명 이상이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는 지름 10㎛ 이하 물질(PM10)은 미세먼지, 2.5㎛ 이하(PM2.5)는 초미세먼지로 분류됐다. 하지만 국제 기준과 용어가 달라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지난 3월 환경부는 기존 미세먼지를 부유먼지,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로 각각 변경했다.
미세먼지 등에 포함된 금속 나노입자로 발생하는 질환을 ‘나노증후군’이라고 한다. 정식 의학용어는 아니지만 나노입자의 유해성이 점차 강조되며 사용 빈도가 늘고 있다. 사실 나노입자는 무조건 나쁜 게 아니라 산업계에선 핵심 미래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입자 지름이 1m의 1000만분의 1로 성인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될 만큼 작고 기존 제품에 첨가하면 얇은 층을 형성하는 특성 덕분이다. 예컨대 나노입자를 입힌 마루, 화장실타일, 주방용품 등은 잘 긁히지 않고 얼룩이 생기지 않는다. 몇 년전부터 활발히 홍보되는 은 나노입자는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가습기 물통이나 정수필터에 첨가할 경우 650여종의 세균을 제거하는 강력한 살균효과를 발휘한다. IT 분야에선 컴퓨터 저장능력을 현재의 10배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하지만 나노입자는 기존 마이크로미터물질보다 표면 반응력이 높고 세포막을 투과할 수 있어 호흡기뿐만 아니라 피부를 통해 인체로 쉽게 유입될 수 있다. 특히 인체조직은 물론 개별 세포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해 근본치료가 어렵다. 크기가 너무 작아 면역세포가 제거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나노입자가 입이 아닌 코로 흡입되면 폐를 거치지 않고 바로 뇌로 들어가 치매 등 뇌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연소된 화학물질이나 자동차배기가스에서 배출되는 자철석이다. 지난해 영국 랭커스터대 연구팀이 멕시코에 거주하는 3~92세 37명의 뇌 조직을 분석한 결과 뇌조직 1g당 수백만 개의 자철석 입자가 발견됐다. 이들 입자는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뇌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 도심 도로변 공기엔 ㎡당 2억개의 자철석 입자가 떠다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니켈, 백금, 코발트 등도 미세먼지에 포함된 주요 나노물질이다. 축구공처럼 생긴 나노입자 ‘풀러렌(fullerene)’은 빛을 쬐면 독성을 갖고 있는 활성산소를 생성한다.
이들 물질이 폐로 들어가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나 폐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천식 사망위험은 13%, 폐암 발생률은 22%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며 “원래 천식 증상이 있는 사람은 기관지와 폐에 염증 반응이 심해져 증상이 악화되고 호흡곤란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노입자의 유해성이 점차 강조되자 미국은 항균 목적으로 은나노 기술을 쓴 세탁기·공기청정기 등을 수입규제 대상품목으로 지정했다. 유럽연합 국가들도 나노물질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가할 예정이다.
체내에 축적된 중금속 나노입자를 배출하는 데에는 해조류가 도움된다. 김, 다시마, 미역, 매생이 등에 다량 함유된 알긴산은 중금속을 흡착해 체외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인삼과 도라지에 함유된 사포닌은 대기 중 이물질과 세균의 체내 흡수를 줄이고, 마·연근·야콘 등 뿌리채소에 함유된 뮤코다당류는 면역력을 높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