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의 아기와 여행을 통해 교감을 나누고 추억을 쌓는 태교여행이 임산부 사이에서 새로운 문화로 정착됐다. 대부분 특별한 추억을 위해 국내보다 해외를 선호하지만 임신한 몸으로 비행기를 탑승해도 되는지, 해외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지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해외 태교여행을 앞둔 임산부가 알아야 할 주의사항에 대해 고지경 인제대 상계백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합병증이 없는 건강한 임산부는 누구든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다. 임산부 여행의 최적 시기는 임신 중기 14~28주다. 임신 중기는 임신 초기의 유산 위험에서 벗어나고 입덧의 고통에서 어느 정도 회복된 시기다. 임신 후반기보다 조산 위험도 낮다.
단 고혈압·폐질환·당뇨병 등 내과질환이나 조산 과거력, 자궁경부무력증, 쌍둥이임신 등 산과적 위험요인을 가진 경우 산과 전문의와 여행 가능성과 위험도에 대해 세심히 상담해야 한다.
산과적 위험요인이나 지병이 없는 임산부는 임신 36주까지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다. 항공사마다 임산부 탑승규정이 달라 탑승 가능한 임신 기간을 여행 전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비행기 소음이나 우주방사선은 산모와 태아에게 유해한 영향을 주진 않는다. 높은 고도에 따른 저산소증도 건강한 사람에겐 별다른 문제를 초래하지 않는다.
또 태아의 헤모글로빈은 산소친화도가 높아 산소압이 줄더라도 태반을 통한 산소 공급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단 정맥혈전색전증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임산부는 체내 응고인자가 증가해 임신 전보다 정맥혈전색전증 발생이 5~10배 늘어난다. 특히 장시간 비행은 하지의 정맥울혈 및 활동제한을 초래해 임신부의 정맥혈전색전증 발생위험을 높일 수 있다.
임산부는 장시간 비행시 가능한 복도 측 좌석에 착석해 틈틈이 일어나 기내를 걷거나 다리 스트레칭을 해주는 게 좋다. 예상치 못한 난기류에 대비해 좌석에선 반드시 안전벨트를 매고, 벨트가 배 아래쪽 허벅지를 통과하도록 단단히 고정한다.
몸에 꽉 끼는 옷보다 다소 여유 있는 편안한 옷차림이 바람직하며, 하지정맥 혈전 예방을 위해 특수스타킹을 신는 것도 도움된다. 탄산음료를 피하고 건조한 기내공기로 인한 탈수를 예방하기 위해 물을 자주 마셔준다.
임신 시 해외여행은 태아에 대한 걱정 때문에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임산부가 피해야 할 여행지로는 말라리아 및 E형간염 유행지역, 지카바이러스 전파지역, 인플루엔자 및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지역, 테러 위험지역 등이다.
특히 수인성 및 식품매개 감염병과 모기매개성 감염병에 주의해야 한다. 수인성 및 식품매개 전염병으로는 여행자 설사, A형간염, E형간염, 장티푸스, 리스테리아증, 톡소포자충증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A·E형간염, 리스테리아증, 톡소포자충증은 조산·태아사망·유산·태아기형 등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모기매개성질환으로는 지카바이러스,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 일본뇌염 등이 있다. 이들 질환은 유산, 조산, 태아사망, 주산기 합병증 등으로 산모와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임산부는 호흡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이 많고 피부온도도 높아져 모기에 더 취약하다. 가급적 위험지역 여행을 자제하거나 불가피할 경우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태아의 소두증 및 뇌위축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바이러스는 임신 주수에 상관없이 한 번 감염되면 태아 중추신경계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아직 예방백신이 없어 유행 지역 여행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여행 전 응급상황에 대비해 여행지 숙소 주변의 병원시설을 검색하고 위치를 파악해 둔다. 또 모기매개성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에어컨 및 방충망 시설이 잘 갖춰진 호텔급 숙소에서 숙박하도록 한다. 고온에서 장시간 야외활동과 스쿠버다이빙 등 수중레저를 피하고 물은 충분히 끓여 마셔야 한다. 의사와 상담 후 위장약, 변비약, 두통약 등 상비약을 준비해두는 게 좋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여행자정보센터나 질병관리본부의 해외여행질병정보센터(http://wwwnc.cdc.gov/travel,http://travelinfo.cdc.go.kr)에서 국가별 감염병 현황에 대한 최신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