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는 녹내장 발생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찬윤·김성수·임형택·이상엽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팀은 고혈압 진단을 받은 10만62명과 비교군(정상 혈압) 10만62명을 11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고혈압 환자는 정상인보다 개방각 녹내장 발병 위험이 16% 높다고 21일 밝혔다.
녹내장은 안압이 높아지거나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겨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좁아지고 실명에 이르는 질환이다. 개방각 녹내장과 폐쇄각 녹내장으로 나뉜다.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개방각 녹내장은 눈의 체액(방수)이 나가는 배출구는 열려있지만 원활이 빠져 나가지 못해 발생한다. 대부분 서서히 진행돼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이번 연구결과 노년층으로 접어들기 이전인 65세 미만도 고혈압이 있으면 녹내장 위험이 정상혈압인 사람보다 17%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혈압 외에 간질환이나 고지혈증 등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는 녹내장 위험이 22% 증가했다.
같은 고혈압 환자라도 나이가 많을수록 개방각 녹내장 발생률이 높았다. 50대 고혈압 환자는 40대보다 1.82배, 60대는 2.76배, 70대 이상은 3배 이상으로 차이가 났다.
그동안 고혈압으로 개방각 녹내장 발생률이 16~22%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는 있었지만 건강검진 결과가 포함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 빅데이터를 분석해 입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찬윤 교수는 “고혈압 환자는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 혈압을 적절히 관리하고, 40대 이상이라면 연 1회 안과 검진을 받아 녹내장 유무를 확인해 조기에 치료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성수 교수는 “국민건강보험 검진 및 청구자료는 녹내장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학문적·임상적 가치가 있다”며 “환자 의무기록과 유전정보까지 반영해 전국 단위의 정밀의료 연구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고혈압학회지(Journal of Hypertension)’ 최신호에 게재됐으며, 학회 측은 ‘위험인자에 대한 강력한 연구로 전국민 대규모 자료 활용’이라는 제목으로 편집자 논평을 같이 실었다. 논평에서 조슈아 윌리 호주 모나쉬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국민 대규모 건강검진 및 청구자료를 활용해 오랜 기간 논쟁이 됐던 고혈압과 녹내장과의 관계에 대한 강력한 증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