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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감에 취하다 골병든다 … ‘퍼스널모빌리티’ 명과 암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4-21 10:15:53
  • 수정 2020-09-13 16: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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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잡이 없는 전동휠·세그웨이, 손목·팔골절 … 힐리스, 하이힐만큼 발에 부담
퍼스널모빌리티는 오토바이처럼 공원 인도나 자전거도로를 달리다 적발되면 벌칙금 6만원이 부과된다. 자동차전용도로를 제외한 일반 도로를 다녀야 하므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
대학생 변모 씨(26)는 얼마 전 한강공원에서 전동휠을 타던 중 갑자기 뛰어나온 어린이를 피하다가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아이의 부모는 ‘애가 치이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 했냐’며 불같이 화를 냈고, 옆에 있던 공원 관리자는 공원에서 전동휠을 타는 것 자체가 불법 행위라며 변 씨를 나무랐다. 민망함에 도망치듯 현장을 빠져나와 뒤늦게 부상 부위를 살펴보니 손목 주변이 퉁퉁 붓고 피멍이 생겼다. 며칠 지나도 부기가 가라앉지 않자 병원을 찾은 결과 손목 주상골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전동휠’, ‘전동킥보드’, ‘세그웨이’ 등 퍼스널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1인 교통수단)가 이용자는 물론 봄철 나들이객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 장비를 타고 평균 10~20㎞ 속도로 달리다 장애물이나 다른 사람과 부딪힐 경우 골절이나 타박상 등 크고 작은 부상을 피하기 어렵다. 사고 과정에서 운 나쁘게 머리를 부딪히거나 고관절이 골절되면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12일 대전에선 전동킥보드를 타고 손님을 찾던 대리운전사 A씨가 경계석과 부딪혀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표지판 쇠기둥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전동휠 관련 위해(危害) 사례는 모두 31건이었으며, 이 중 26건이 2015년 한 해에만 발생했다. 위해 사례는 대부분 전동휠을 타다가 넘어져 다치는 사고였으며 타박상과 골절이 각각 9건(29.0%)으로 가장 많았고, 뇌진탕(7건·22.6%)과 찰과상(5건·16.2%) 등이 뒤를 이었다.

10년 전 반짝 유행했다가 최근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바퀴달린 신발 ‘힐리스(heelys)’도 봄철 안전사고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비록 전자동이 아니고 퍼스널모빌리티보다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사용자 대부분이 상황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뼈가 약한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라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퍼스널모빌리티 중 가장 먼저 출시된 세그웨이(Segway)는 두개의 바퀴가 달려 있는 킥보드 형태의 스쿠터다. 킥보드와 달리 손잡이가 없고 바퀴가 앞뒤가 아닌 양옆으로 달린 게 특징이다. 디지털열쇠를 꼽고 발판 위에 올라선 뒤 원하는 방향으로 몸을 조금씩 기울이면 저절로 움직인다. 브레이크가 따로 없고 말을 세울 때 고삐를 당기듯 몸을 뒤로 기울이면 제자리에 멈춘다. 
2015년 8월 열린 베이징올림픽에선 육상 영웅 우사인 볼트가 남자 200m 결승에서 우승한 뒤 관중에게 손을 흔들며 경기장을 돌다가 세그웨이를 타고 촬영 중이던 카메라기자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전동휠은 1륜과 2륜 형태가 있으며 이 중 길거리에서 쉽게 보이는 것은 외발자전거 형태의 1륜이다. 본체인 바퀴 양 옆에 발받침대가 달려 있고 손잡이는 없으며 세그웨이처럼 탑승자의 무게중심 이동과 기울기를 감지해 방향을 전환하거나 앞뒤로 이동한다. 
전동킥보드는 기존 킥보드와 외관은 거의 비슷하며 세그웨이나 전동휠과 달리 양손을 지탱할 수 있는 손잡이가 달려 비교적 안정감이 높다.

이들 기기는 한 번 전기를 충전하면 20㎞ 이상 이동할 수 있고, 평균 속도는 배터리 용량과 모터 크기에 따라 차이나지만 시속 20~35㎞ 정도다. 도로교통법상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배기량 50㏄ 이하의 오토바이와 같이 취급되므로 헬멧과 같은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하고 도로로만 다녀야 한다. 공원 인도나 자전거도로를 달리다 적발되면 벌칙금 6만원이 부과된다. 또 원동기 면허증이나 운전면허를 보유한 만 16세 이상만 탑승 가능하며 위반시 3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지만 대부분 이용자가 이런 사항을 잘 모르고 있다.

무분별하게 제품을 대여해주는 렌탈 업체도 문제다. 서울 한강고수부지 인근 렌탈 업체들은 이용료만 지불하면 면허증이나 연령을 확인하지 않고 전동기를 대여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관할 경찰과 구청 측은 제재 권한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들 기기를 타다 가장 자주 다치는 부위는 손목과 팔이다. 박광원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외발·양발 형태의 전동휠과 세그웨이는 손잡이가 없어 중심을 잃고 넘어질 때 손목이나 팔꿈치를 땅에 짚다 뼈가 골절되기 쉽다”며 “손목과 팔꿈치뼈가 골절되면 심한 통증과 함께 골절 부위가 붓고 피멍이 생기며 신경까지 손상될 경우 손끝저림, 감각이상, 손가락 운동장애 등이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 저학년까지 아이들이 즐겨 신는 바퀴달린 운동화는 무릎발목 부상과 뇌진탕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퍼스널모빌리티보다 속도가 느려 대부분 가벼운 사고에 그치지만 사용 연령대가 대체로 어려 성장판 손상 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발표에 따르면 2014년과 2015년엔 바퀴 달린 운동화 관련 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지만 2016년엔 어깨골절과 타박상 등 5건의 사고 사례가 접수됐다. 

이 신발은 밑에 바퀴가 달려있어 평소엔 운동화처럼 신다가 필요할 때 인라인스케이트처럼 빠르게 미끄러져 달릴 수 있다. 아스팔트 도로에선 시속 4∼5㎞로 달릴 수 있고 바닥이 매끄러운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선 두 배 이상 속도를 내는 게 가능하다. 
대부분 신발 뒷축에 바퀴가 달려 있어 다리를 쭉 펴고 앞발을 살짝 들어 뒤꿈치에 무게중심을 실어야 바퀴가 굴러간다. 이처럼 다리를 쭉 편 자세에선 지면에서 오는 충격이 흡수되지 않고 발목과 무릎을 지나 고관절과 허리까지 전달돼 아직 단단해지지 않은 어린이의 뼈와 관절에 부담을 준다. 특히 무거운 바퀴 탓에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기 때문에 계단 등을 오르다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져 뇌진탕을 겪은 사례도 있다.

이정우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힐리스 바닥은 바퀴가 들어가는 뒷부분이 불쑥 올라와 오래 신으면 마치 하이힐을 신고 걷는 것과 같은 부담과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일반 운동화에 비해 바닥이 딱딱해 외부충격이 무릎과 허리 등에 그대로 전달되는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바퀴의 지름이 작고 신발과 바닥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 작은 돌이나 홈에 걸리면 갑자기 멈춰 몸이 균형을 잃어 넘어질 수 있다. 소아·청소년은 뼈가 가늘고 골막은 두꺼워 외부충격이 가해질 경우 뼈가 엿가락처럼 휘면서 성장판이 손상되기 쉽다. 다친 뒤 관절 부분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무릎이 한쪽으로 휘는 듯한 느낌이 들면 성장판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

이 원장은 “전동휠이나 바퀴달린 신발은 손목·팔꿈치뼈 골절, 고관절골절, 요추간판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 경추간판수핵탈출증(목디스크), 뇌진탕 등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초보자라면 주행법을 충분히 익히기 전까지 속도를 내는 것을 삼가고 헬멧, 손목, 팔꿈치, 무릎 보호대를 꼭 착용해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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