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건강관리를 위한 필수조건이지만 과하면 몸을 상하게 한다. 건강 자체보다 근육질 또는 날씬한 S라인을 위해 맹목적으로 운동하다보면 적정 강도를 벗어나 부상을 당하기 쉽고 자칫 운동중독에 빠질 수 있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의 7.4%가 운동중독이라는 연구결과도 보고됐지만 대부분 이런 사실을 자인하지 않는다.
운동이 힘들고 지치기만 한다면 중독될 이유가 없다. 달리기·축구·수영·사이클·야구 등 장시간 지속되는 운동을 할 때 느끼는 쾌감을 ‘러너스하이(Runner’s high)’라고 한다. 보통 ‘하늘을 나는 느낌’ 또는 ‘꽃밭을 걷고 있는 기분’이라고 표현된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1분에 120회 이상 심장박동수로 30분 정도 달리면 쾌감을 느끼게 된다. 마라톤 선수는 42.195㎞ 코스에서 35㎞ 지점에 이르면 러너스하이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너스하이는 신경전달물질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김민경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한번에 40~50분 이상 운동하면 고통을 줄여주는 신경전달물질인 엔도르핀(endorphin)과 쾌락과 다행감을 느끼게 해 주는 도파민(dopamine)이 분비돼 뇌 보상회로를 자극한다”며 “이를 통해 한번이라도 쾌감을 맛본 사람은 이런 느낌을 계속 원하게 돼 결국 운동중독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러너스하이가 무조건 운동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운동을 통해 엔도르핀 등이 분비되고 즐거움을 얻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자존감이나 자신감이 지나치게 낮거나, 평소 생활에 불만족한 부분이 많거나,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는 사람이라면 이런 쾌감을 ‘일상의 탈출구’로 삼아 자칫 운동중독에 빠질 수 있다.
운동중독자는 운동에만 하루 4~5시간을 소요하다보니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불안감·초조·수면장애 등이 동반된다. 다이어트 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가 운동중독과 식이장애가 함께 발생한 사례도 있다.
마약·알코올·도박 중독처럼 내성과 금단 증상도 나타난다. 김 교수는 “처음엔 적정 수준의 운동만으로도 쾌감을 느끼지만 반복될수록 쾌감의 정도가 약해지고 나중엔 신체에 무리를 주는 강도로 운동해야 쾌감을 얻을 수 있다”며 “주변의 만류로 운동을 중지하더라도 금단현상 탓에 불안한 마음이 들고 짜증이 밀려온다”고 설명했다. 또 장시간 운동은 체내 활성산소 수치를 높여 심장에 부담을 주고 자기조절능력을 떨어뜨려 인대손상, 근육파열, 골절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운동을 중단한 뒤 금단현상이 나타나거나, 운동을 제외한 다른 취미에 흥미가 감소하거나, 가족이나 지인에게 운동 시간을 속이거나, 부정적인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운동하는 습관이 지속되면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적정 강도의 규칙적인 운동은 심신건강에 ‘만병통치약’이나 다름없다. 운동을 통해 달라진 모습을 보며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고, 우울증·불안증 등 정신질환의 개선과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유산소운동은 하루에 30분씩 주 5회, 땀이 나고 운동 중 옆 사람과 말할 수 있는 강도로 해주는 게 좋다. 김 교수는 “전날 강도 높은 운동을 했다면 다음날엔 스트레칭이나 걷기 위주의 가벼운 운동을 해주는 게 적합하다”며 “혼자 운동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단체운동을 하면 중독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