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환자 10명 중 9명은 우울증, 조울증 등 1개 이상의 공존질환을 가져 환자 중 절반가량은 ADHD임을 뒤늦게 진단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오는 4월 5일 ‘ADHD의 날’을 맞아 2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성인 ADHD 질환 인식 및 치료 실태’를 주제로 일반인 1068명과 성인 ADHD 진단 경험이 있는 정신과 전문의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일반인의 57%는 ADHD를 알고 있었지만 10명 중 6명은 성인 ADHD 질환의 특징에 대해 몰랐다. 응답자의 4.3%는 ADHD를 소아청소년기 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ADHD는 아동기(만12세 이전)에 발병한 후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까지 증상과 기능장애가 지속되는 신경정신질환이다. 연령에 따라 양상이 달리 나타나 과잉행동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반면 충동성과 부주의 증상은 지속된다. 성인 ADHD 환자는 사회생활에서 실수가 잦고, 계획적인 일처리 능력 등이 떨어지는 편이다.
소아 환자의 70%는 청소년기까지 증상이 이어지며, 이 가운데 50~60%는 성인이 돼서도 질환이 지속된다. 전세계적으로 성인 ADHD의 유병률이 약 4.4%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 환자 수는 82만명으로 추산되지만 실제 치료율은 0.76%로 극히 낮다.
성인 ADHD를 진단받은 환자 중 56.8%는 어른이 돼서야 증상을 처음 인지했으며, 소아청소년기에 증상을 인지한 비율은 25.7%에 그쳤다. 응답자의 82.4%는 증상을 알아차린 직후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1~10년 이상 지난 후에 내원했다.
성인 ADHD 환자는 학교 중퇴, 실직, 대인관계 문제, 교통사고, 알코올 및 게임 중독 등을 겪을 위험이 높지만 일반인 설문조사 결과 70%가 자신이 ADHD를 진단받았다 하더라도 사회적 편견 때문에 치료받는 게 꺼려진다고 답했다.
성인 ADHD는 소아 환자와 달리 과잉행동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해 처음부터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 학회의 전문의 설문조사 결과 성인 ADHD 환자의 95%는 우울증·조울증 등 기분장애, 불안장애(공황장애 포함), 알코올·약물 오남용과 같은 물질사용장애 등 공존질환을 1개 이상 갖고 있었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ADHD는 정신지체와 달리 지능지수(IQ) 등은 정상이지만 뇌의 전두엽 발달지연으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균형이 깨져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지고 필요한 정보를 누락하는 증상이 나타난다”며 “성인 ADHD 환자는 사회에서 지속적인 실패를 경험하면서 우울증 등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데 악물치료와 인지행동요법을 병행해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부터 성인 ADHD 환자에도 약물치료 시 건강보험 급여가 지원된다.
이소영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이사(순천향대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DHD로 인해 우울증, 불안증, 중독성질환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과거(소아청소년기) 행동 등을 살펴 기저질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