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랜만에 근황이 전해진 가수 이은하 씨가 척추전방전위증으로 체중이 늘어나고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가 앓고 있는 척추전방전위증은 허리질환의 대명사로 알려진 요추간판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과 함께 3대 척추질환으로 불린다.
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척추전방전위증 내원 환자는 2013년 14만8605명에서 2014년 15만4071명으로 늘었으며, 2011년보단 약 2만여명이 증가했다.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전문 더조은병원 도은식 대표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디스크나 협착증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의 위·아래 뼈가 어긋나면서 변형과 통증이 일어나는 질환”이라며 “노화가 가장 큰 발병 원인이지만 봄철 갑작스러운 야외운동이나 사고로 인한 외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2014년 척추전방전위증으로 진료받은 전체 환자 31만1155명 중 여성이 22만7899명(73%)으로 남성 환자보다 많았다. 여성 환자 중 60대가 7만6106명으로 24%, 50대 여성이 6만6749명으로 21%를 차지했다. 즉 전체 환자의 45%가 50~60대 여성인 셈이다.
노화가 시작되는 40대부터는 척추와 관절 주변 인대가 신축성을 잃는다. 이로 인해 척추를 지지하는 힘이 약해지고 척추 불안정성이 증가해 척추전방전위증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여성은 근육량이 남성의 3분의 2 수준으로 적은 데다 50~60대는 폐경기를 지나면서 여성호르몬이 감소해 발병 위험이 상승한다. 의학계에서는 여성의 유병률이 남성보다 3~4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질환은 오래 걷거나, 앉았다 일어서거나, 허리를 펼 때 통증이 악화된다. 다리까지 저리고 아프면서 엉치 부위에 통증이 발생하므로 척추관협착증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신경관이 좁아져 통증과 저림이 생기는 협착증과 달리 척추뼈가 어긋날수록 통증이 심해지는 게 특징이다.
척추 위쪽뼈가 앞으로 밀려나오면 비만이 아니더라도 배가 나와 보일 수 있다. 아래쪽 척추뼈가 뒤로 밀려나가면 엉덩이가 뒤로 빠져 오리걸음을 걷게 된다.
이 질환은 X-레이만으로 척추뼈의 어긋난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증상이 미약하거나 초기 단계일 경우 누워서 X선을 찍으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반드시 서 있을 때와 상체를 앞으로 숙였을 때 X-레이를 찍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다리저림이 심하고 척추관협착증 동반이 의심될 땐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척추뼈의 어긋난 정도가 적으면 약물과 물리치료를 병행하거나, 보조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증상을 유발하는 활동만 피하면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
통증이 심할 땐 신경감압술 같은 시술을 받는 게 좋다. 이 치료법은 꼬리뼈에 2㎜ 두께의 작은 관을 넣은 뒤 척추신경을 둘러싼 경막 바깥 공간을 타고 올라가 염증 부위를 병변을 치료한다.
척추 위·아래뼈가 심하게 어긋나고 신경이 눌려 신경감압술이 어려울 땐 척추고정술로 척추뼈를 고정해 척추 불안정성을 해소해준다.
척추전방전위증을 예방하려면 평소 허리에 자극을 주는 동작을 자제하고 전문가의 도움울 받아 운동으로 척추주변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 갱년기 여성은 일상생활이나 가사노동 시 허리를 굽히는 자세와 오래 서 있는 것을 삼가야 한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요가는 허리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도은식 원장은 “중년 이후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관협착증과 증상이 매우 유사해 치료를 미루다 병을 키워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가 종종 있다”며 “척추가 어긋난 정도가 적을수록 치료가 쉬우므로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말고 검사 및 치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