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회 그래미어워드 5관왕에 빛나는 세계적 팝스타 아델 로리 블루 애드킨스가 최근 ‘시르투인(sirtuin)’ 활성에 역점을 둔 ‘서트푸드 다이어트(The Sirtfood Diet)’로 14㎏ 감량에 성공하면서 현대판 불로초 논쟁이 재차 불거지고 있다.
이 식단은 처음 3일간 케일·올리브유·다크초콜릿·메밀·녹차·딸기·레드와인·대추 등 시르투인 활성화에 도움되는 폴리페놀이 다량 함유된 음식물을 주로 섭취하되 하루 칼로리를 1000㎉ 이하로 제한한다. 서트(sirt)는 시르투인의 스펠링에서 따온 것이다.
2000년 레너드 가렌티 미국 MIT공대 교수가 발견한 시르투인은 세포의 소멸을 막아주는 단백질이다. 4년 뒤 하임 코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공복 상태에서 시르투인이 활성화된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쥐 실험에서 먹이 양을 줄여 섭취 열량의 25%를 줄인 결과 미토콘드리아 내 효소의 일종인 NAD(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 니코틴아미드 아데닌디뉴클레오티드)가 활발하게 생성되면서 시르투인이 증가했다. 장기적으로 수명이 20~30% 늘었으며, 이는 인간으로 치면 20년에 해당된다.
시르투인은 공복 상태에 있을 때 50조개에 달하는 인간세포 속 유전자를 모두 스캔해 손상되거나 병든 유전자를 회복시킨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결과적으로 소식을 통해 하루 섭취 열량을 줄이면 미토콘드리아 내 NAD 생성이 증가하고 시르투인 유전자 활성화되면서 장수할 수 있다. 2008년엔 레드와인 속 ‘레스베라트롤’ 성분이 시르투인을 활성화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와인 열풍’이 불기도 했다.
소식이 몸에 좋다는 것은 상식이다. 과식으로 비만해지면 각종 대사질환 위험이 높아지고 체내 활성산소가 다량 생성된다. 활성산소는 살균작용으로 세포를 보호하는 긍정적 역할도 하지만 다량 생성되면 세포를 손상시켜 각종 질병을 야기한다. 현대인 질병 중 약 90%가 활성산소와 관련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런 발상에서 시작된 게 ‘1일 1식’과 ‘간헐적 단식’이다. 2012년 일본인 의사 나구모 요시노리가 출간한 ‘1일 1식’은 일본에서만 출간 6개월만에 50만부 이상, 국내에서도 한 달만에 5만부 가까이 팔리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무리한 소식과 칼로리 제한은 역효과를 낸다. 제 때 밥을 먹지 않고 굶으면 인체는 에너지를 쓰지 않고 비축하는 방향으로 메커니즘이 바뀐다. 생존을 위해 공복기에 에너지 소비를 줄여 기초대사량이 감소한다. 이럴 경우 약간이라도 남는 에너지를 지방으로 비축해 두려는 기전이 발동된다. 김영상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공복시간이 길수록 살찌기 쉬운 에너지 절약형 체질이 된다”며 “또 공복기엔 위장에서 식욕을 촉진하는 ‘그렐린’ 호르몬이 분비돼 폭식하기 쉽고 소화기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뇌는 에너지원의 거의 전부를 포도당으로 충당하므로 공복 상태에선 기능이 떨어진다. 포도당이 없으면 체지방을 태워 나오는 케톤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케톤체는 한시적인 대체에너지원일 뿐 포도당을 대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소식을 통해 장수유전자 시르투인을 깨우는 것은 이론상 솔깃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 대신 하루 세끼 정해진 시간에 탄수화물 비율을 낮추고 전체 열량 섭취를 30%가량 줄인 저열량식을 지속하면 산화스트레스 감소, 면역기능 강화, 비만·심장병·신장병 억제, 혈당 및 호르몬대사 조절 등 다양한 건강상 이점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