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고려대의료원의 성장세가 매섭다. 최근 10년간 연 성장률 8.3%대를 유지하다 올해 전체 예산 1조원을 돌파, 서울대병원·연세대 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BIG 5’ 의료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같은 경영 성과에 힘입어 올해 안암병원에 첨단융복합의료센터, 구로병원 아모레퍼시픽관 등을 착공하고, 연구중심병원을 중심으로 R&D 투자를 확대해 병원 경쟁력과 연구역량을 더욱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효명 고려대의료원 의무부총장은 10일 서울웨스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10년간의 경영실적과 연구성과, 안암·구로·안산병원별 세부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김 의무부총장은 “예산 1조원 달성은 의료원의 모든 구성원이 이룬 성과”라며 “이를 원동력으로 삼아 더 높은 미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암병원은 올 상반기 중으로 첨단융복합의료센터 착공에 들어간다. 센터는 KU-MAGIC 프로젝트의 출발점으로 의대와 생명과학대 등을 비롯한 각 단과대학과 안암·구로·안산병원을 연결하고, 홍릉지역 여러 연구기관과 대학을 아우르는 HT R&D 개방형 생태계(Open Ecosystem)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상반기 중 기반시설 착공에 들어가며 1차 기반시설 공사는 약 30개월간 진행된다. 총 개발 연면적은 3만6000평 안팎으로 시공비만 약 2300여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1단계로 이뤄지는 기반시설 공사는 연면적 1만500여평에 지하 4층, 지상 4층 규모로 진료공간과 편의시설을 확보해 안암병원이 겪었던 진료 공간 부족문제를 해결하고 질환별 센터 중심의 의료환경을 구축하게 된다.
구로병원은 연구중심병원으로서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연구공간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아모레퍼시픽관(가칭)을 신축한다. 지하1층, 지상4층으로 규모로 약 8개월간 공사비만 35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내부설비 및 장비 등을 포함하면 약 4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다.
아모레퍼시픽관은 1만여개의 벤처기업이 위치한 구로디지털단지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활용, 연구성과의 산업화에 집중하게 된다. 구로병원 측은 지난해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착안한 G-밸리 연구클러스터 사업을 기획하고, 병원과 기업이 상호투자해 개발된 연구기술을 이전하는 산학연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의료기기, 바이오, IT 분야의 융합연구 활성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산병원은 약 200여억원을 들여 약 18개월간 응급의료센터 및 진료 지원동을 증축할 계획이다. 연면적 2800여평을 증축하고, 833여평은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이번 공사로 약 150여 병상을 증설하는 한편 응급의료센터 및 EICU를 증축한다. 연구시설 및 행정부서를 재배치해 환자 진료동선의 편의성을 향상시킬 예정이다.
이같은 시설 투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진료 및 연구역량 강화다. 2015년 고려대의료원 전임교원의 1인당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논문 수는 0.9편으로, 전국 의대 중 4번째로 높다. 1인당 연구비 수혜실적은 약 1억6000만 원으로 2위를 차지하며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1인당 연구비 수혜실적의 경우 2011부터 2015년까지 약 2배 이상 증가했다.
2013년 단일 의료기관으로는 유일하게 안암병원과 구로병원 등 두 곳이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됐으며, 지난해에는 최고 성적(안암병원 1위, 구로병원 4위)을 거두며 재지정됐다. 최근 3년간 국책연구과제 약 1100억원, 임상과제 등을 포함하면 전체 2000억원의 연구비를 수주해 관련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기초연구를 포함한 기술이전으로 지난해에만 약 35억원의 수익을 기록했으며, 특허등록 현황도 2011년부터 현재까지 약 200여건에 이른다.
김 의무부총장은 “올해는 고려대의료원 역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병상을 추가 확보하고 하드웨어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시에 첨단의료기기와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도입해 병원 소프트웨어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별 책임경영을 통한 세부적인 마스터 플랜을 수립 및 실행해 산하 병원들이 모두 지역 거점병원을 넘어 세계 수준의 의료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하나(One)의 통일된 비전을 통해 가장 뛰어난(Best) 의료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각 기관을 특성화하는 자유책임경영 방침을 세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