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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뇌전증약 ‘빔스크’, 라코사미드 성분 최초 건보적용 … 약값부담 ‘뚝’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7-02-23 14:30:26
  • 수정 2020-09-13 16: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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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판매 1위 오리지널 ‘빔팻’, 국내선 약가협상 난항 … 시장 철수위기

동일 성분으로 약물 상호작용·부작용 적어 … 난치성 환자서 효과

SK케미칼의 뇌전증치료제 ‘빔스크’

SK케미칼의 뇌전증치료제(antiepileptic drugs, AEDs)인 ‘빔스크’(성분명 라코사미드, lacosamide)가 오리지널약인 한국UCB제약의 ‘빔팻’을 제치고 이달부터 같은 성분 제제 중 최초로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빔스크의 급여 등재로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하는 질환의 특성상 약제비 부담이 크게 경감돼 의료진과 환자 모두 기대를 걸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네릭 개발의 좋은 예로 평가하고 있다.

빔팻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뇌전증치료제로 지난해 상반기 전세계 매출이 3억7900만유로(약 4562억원)에 달한다. 200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받았으며 2010년 국내에 도입됐다. 한국UCB제약이 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에 거듭 실패하면서 고가의 비급여 약으로 분류돼 처방이 활발하지는 않았다.

빔스크는 빔팻의 제네릭으로 지난해 10월 50㎎, 100㎎, 150㎎, 200㎎ 등 4가지 용량으로 출시됐다. 정당 급여 상한가는 각각 435원, 696원, 871원, 1016원으로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환자는 이 가격의 30%만 부담하면 된다.

빔스크는 오리지널약의 허가임상 결과를 근거로 16세 이상 뇌전증 환자 중 2차성 전신발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부분발작 부가요법으로 처방된다. 용법은 1일 2회, 1회 50㎎ 복용하는 것으로 시작해 1주 후 1일 2회, 1회 100㎎으로 증량한다. 효과 및 내성에 따라 하루 최대 400㎎(1일 2회, 1회 200㎎)까지 투여할 수 있다.

SK케미칼은 이번 건보적용으로 라코사미드 제제 국내시장을 선점하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빔팻 제네릭을 개발한 명인제약, 환인제약, 한국콜마 등도 급여등재 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UCB제약은 급여등재 신청을 논의 중이지만 국내 약가가 중국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참조가격이 되므로 이전 협상때보다 낮아진 가격을 수용하기는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오리지널약이 제네릭에 밀려 국내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뇌전증은 발작을 일으키는 전해질 불균형, 요독증(소변으로 배출돼야 할 노폐물이 체내에 축적되면서 생기는 병) 등 특별한 요인이 없는데도 만성적으로 발작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전세계적으로 발작을 치료·예방하는 20여 가지 성분이 사용되고 있다. 국내 뇌전증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200억원으로 추산된다. 

뇌전증약은 신경세포의 신경전달 과정을 정상적으로 조절한다. 토피라메이트(topiramate, 대표약품명 한국얀센의 ‘토파맥스’), 조니사마이드(zonisamide, 대표약품명 동아ST의 ‘엑세그란’) 등 1990년 이후 발매된 차세대 약은 나트륨통로를 폐쇄하고 기전이 명확하지 않지만 전압개폐성 칼륨통로 또는 칼슘통로, 각각 흥분성 및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탐산(glutamate)와 감마아미노낙산(GABA, gamma-aminobutyric acid) 등에 다중기전으로 작용한다.
차세대 약은 라사코미드가 FDA 허가를 받은 2008년을 기점으로 이전에 나온 것은 2세대, 라사코미드 이후에 출시된 3세대로 나뉜다. 2세대 및 3세대 약은 카르바마제핀(carbamazepine, 대표약품명 명인제약의 ‘카마제핀’)·페니토인(phenytoin, 환인제약의 ‘환인히단토인’) 등 1세대 약과 비교해 효능은 떨어지지 않으면서 약물 상호작용과 부작용이 적다.

라사코미드는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된 두 가지 기전으로 작용하는데 차세대 약 중에서도 내약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질환 치료제나 기존 뇌전증약과 상호작용이 적어 병용투여에 수월하다.
SK케미칼 빔스크 마케팅 담당자는 “라코사미드는 신경세포 내 전압개폐성(voltage-gated) 나트륨통로를 형태학적으로 변형시켜 한동안 나트륨 양이온(Na+)이 세포막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폐쇄(느린 불활성화, slow inactivation)하는 과정을 촉진한다”며 “기존 약으로 치료되지 않는 난치성 환자 등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신경세포 내 흥분신호를 전달하는 나트륨통로가 장시간 열려 있어  탈분극(depolarization) 또는 활성(activation) 상태가 지속되면 발작 등 증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세대 카르바마제핀·페니토인, 2세대 라모트리진(lamotrigine, 대표약품명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라믹탈’) 등 기존 치료제는 나트륨통로 입구를 막는 나트륨통로차단제(sodium channel blocker)로서 빠른 불활성화(fast inactivation)에 관여한다.  

이에 비해 라사코미드는 나트륨통로의 구조를 변형시키고, 신경세포 말단의 축색(axon)을 형성하는 콜랩신 반응 매개체 단백질-2(CRMP-2, collapsin response mediator protein 2) 작용을 조절해 비정상적인 신경연결(neuronal connection)을 예방한다.  
 
라코사미드는 난치성 부분뇌전증 환자 418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 임상시험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됐다. 벤메나쳄 엘리니어(Ben-Menachem Elinor) 스웨덴 예테보리대(Sahlgrenska Academy, University of Gothenburg) 의대 신경학 교수팀의 연구결과 라코사미드 하루 용량 200㎎, 400㎎, 600㎎ 투여군의 발작감소율 중앙값은 각각 26%, 39%, 40%로 위약군의 10%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50% 이상 발작이 감소한 환자 비율은 33%, 41%, 38%로 위약군의 22%에 비해 높았다. 다만 200㎎ 용량에서는 통계학적으로 의미있는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허경 연세대 의대 신경과학교실 교수가 2011년 12월 ‘대한의사협회지’에 게재한 ‘새로운 항뇌전증약물’ 보고서에 따르면 라코사미드는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 2상 임상연구에서 두통, 어지러움, 구역, 복시 등이 비교적 흔하게 발생했다. 두통을 제외한 다른 부작용은 용량과 관계가 있었다. 기존 약에서 빈번하게 보고된 체중변화, 피부발진, 졸림 등 발생률은 위약군과 차이가 없었다. 라코사미드 하루 용량 200㎎, 400㎎, 600㎎ 투여군의 이상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 비율은 8%, 17%, 29%로 위약군 5%보다 높았다.

정기영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약을 단독 또는 2~3제 병용요법으로 치료한 환자의 60~70%는 완치 또는 재발이 없는 상태가 유지된다”며 “환자의 20~30%는 3~5년 이상 발작이 없어 약 용량을 서서히 줄여 중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완치는 약 복용을 완전히 끊었을 때를, 재발이 없는 상태는 약 투여로 발작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 뇌전증 환자는 피임, 임신, 수유, 폐경기, 뼈건강 등에 주의해 치료제를 선택해야 한다. 2세대인 라모트리진은 에티닐에스트라디올·레보노르게스트렐(ethinylestradiol·levonorgestrel, 대표약품명 한국화이자의 ‘에이리스’) 등 복합호르몬 경구피임약과 함께 복용하면 약물 상호작용으로 피임 및 발작억제 효과가 모두 감소한다.

1세대인 발프로산(valproate, 대표약품명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데파킨’)과 카르바마제핀은 태아의 신경관결손을 유발하므로 주의한다. 페니토인은 여드름, 남성형 털과다증, 잇몸증식, 얼굴형태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소아나 여성에는 권장되지 않는다. 여성 노인에게서 골절위험을 증가킬 수 있다.
이밖에 신장결석 병력이 있는 환자에는 토피라메이트와 조니사마이드를, 정신질환 병력이 환자에는 비가바트린(vigabatrin, 대표약품명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샤브릴’)을 투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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