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음식 턱관절에 부담, 흡수율 낮고 식사량 늘어나 악순환 … 감자·가지·강낭콩 생식 피해야
생식을 의미하는 ‘로푸드(Raw food)’는 과일·야채·통곡물·견과류 등을 45도 이하로 조리한 뒤 버터·우유·치즈 등 유제품과 정제설탕을 첨가하지 않는 게 핵심이다. 열을 가하지 않아 영양소 파괴가 적고 지방 함량과 열량이 낮은 편이어서 다이어트에 효과적이지만 평소 소화기계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 신장질환자, 노인 등은 역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익히지 않은 딱딱한 음식은 치아와 턱관절에 치명적이다. 백영걸 유디치과 용인동백점 원장은 “로푸드는 체내 흡수율이 떨어지므로 평소와 비슷하게 칼로리를 섭취하려면 훨씬 많은 양의 음식을 먹어야 하고, 이로 인해 치아 및 턱 손상이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음식이 딱딱할수록 오래 씹어야 소화가 잘되므로 치아가 받는 부담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익히지 않은 채소에 다량 함유된 식이섬유가 치아 건강에 독이 되기도 한다. 식이섬유의 효능은 흡착력에서 나온다. 지방과 콜레스테롤에 달라붙어 체외로 배설시켜 체중을 유지하고 고지혈증 등을 개선한다. 문제는 흡착력이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아 뼈 형성에 필요한 칼슘과 철분까지 체외로 배출시켜 치아 강도를 약화시키고 골다공증 발병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정신적 측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레시피에 따라 다르지만 불로 조리한 음식보다 맛과 식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식사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관념이 겹치면서 턱관절장애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가만히 있어도 턱 주변이 아프고 입을 벌릴 때 ‘딱딱’ 소리가 나면 바로 치과를 찾는 게 좋다.
치아 외에도 평소 위장이 약해 위염 등에 자주 걸리는 사람, 위산이 덜 분비되고 소화효소가 적은 노인은 익힌 음식을 먹는 게 좋다. 신장기능이 떨어진 신부전 환자는 생채소를 먹을 경우 칼륨이 과도하게 축적돼 부정맥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건강관리를 위해 모든 식단을 로푸드로 바꿀 필요는 없다. 적게는 전체 식단의 30%(한끼), 많게는 50~70%를 차지하면 된다. 이 정도로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식탁 위에 로푸드와 일반 음식이 같이 있을 땐 로푸드를 먼저 먹는 게 바람직하다. 야채와 식물에 함유된 소화효소는 45~48도에서 파괴되는데, 로푸드는 이 온도 이하에서 조리하므로 효소가 대부분 살아 있다. 로푸드를 먼저 먹으면 이들 효소가 장에 남아 익힌 음식을 소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감자·가지·강낭콩 등은 생식을 삼가야 한다. 익히지 않은 감자 속 전분은 소화장애와 복부팽만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싹이 나거나 초록색으로 변한 감자는 ‘솔라닌’이라는 독성물질이 다량 함유돼 두통과 메스꺼움을 유발할 수 있다. 가지에도 함유된 솔라닌은 감자를 물에 삶으면 없어지지만 오븐이나 팬으로 구울 땐 제거되지 않는다. 생감자 하나를 먹는다고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지만 매일 즙을 내거나 갈아서 먹으면 위험할 수 있다.
또 생 강낭콩은 렉틴과 피토헤마글루티닌이라는 천연 독성선분이 함유돼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의 원인이 된다. 독성을 빼내려면 콩을 물에 담가 5시간 이상 불린 후 물을 버리고 깨끗한 물에 넣어 완전히 익을 때까지 삶아야 한다.
평소 로푸드를 자주 섭취하는 사람은 턱관절과 주변 근육을 틈틈이 스트레칭해주는 게 좋다. 백 원장은 “입을 천천히 크게 벌렸다가 천천히 다무는 과정을 5~10회 반복하고, 너무 빨리 하면 턱관절과 근육을 오히려 긴장시킬 수 있어 천천히 하는 게 중요하다”며 “혀끝을 입천장에 댄 상태에서 하면 턱관절 뒤쪽 혈관이 많이 분포된 공간이 넓어지면서 스트레칭 효과가 상승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