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골신경 눌리는 이상근증후군, 심하면 보행장애 초래 … 짝궁둥이·팔자걸음 습관 주의
직장인 강모 씨(31)는 얼마 전부터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이 아프기 시작했지만 업무 특성상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 병원에 가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엉덩이살이 빠지면서 통증이 심해져 의자에 30분 이상 앉기가 힘들 정도였다.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증상이 악화돼 병원을 찾은 결과 ‘이상근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루 8시간 이상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다 보면 허리와 엉덩이가 뻐근한 경우가 많다. 특히 의자에 앉을 때 양반다리나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면 뻐근함을 넘어 심한 통증이 느껴지고 다리가 저린 느낌까지 든다. 이런 통증에 많은 사람들이 허리디스크(요추관판수핵탈출증)를 의심하는데 의외로 통증의 원인이 근육에 있는 경우도 많다.
의자에 앉을 때 엉덩이나 허벅지통증이 심하고 저리면 ‘이상근증후군(Piriformis Syndrome, 梨狀筋症候群)’을 의심해야 한다. 보통 엉덩이근육 하면 앉았을 때 의자에 닿는 근육인 대둔근을 생각하기 쉬운데 엉덩이 안쪽에도 엉덩이 뒤쪽과 넓적다리뼈에 걸쳐 이어진 이상근이 자리잡고 있다. 이 근육은 엉덩이관절을 회전시켜 서거나 걸을 때 넘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준다. 이상근이라는 명칭은 라틴어로 ‘서양배’를 뜻하는 ‘pirum’과 ‘모양’을 뜻하는 ‘forma’에서 유래됐다. 서양배 모양의 근육이 비대해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을 이상근증후군이라고 한다.
골반이 틀어진 ‘짝궁둥이’, 엉덩이근육이 빈약한 납작엉덩이, 팔자걸음이나 바지 뒤 호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다니는 습관, 오랜 시간 앉아서 사무를 보거나 운전하는 사람, 자주 다리를 꼬는 습관, 걸을 때 발목이 안쪽으로 무너지는 평발 등은 발병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다.
노운석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바깥쪽 엉덩이근육과 안쪽 엉덩이근육이 역할을 나눠 맡아야 하는데 바깥근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안쪽 이상근에 과한 스트레스가 가해진다”며 “장시간 앉아 일하는 사무직이나 운전자는 엉덩이 바깥쪽 근육이 약화되면서 이상근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꽉 끼는 청바지 차림으로 산에 오르다가 이상근증후군을 호소하는 여성 등산객이 많다. 신축성이 없는 청바지 차림은 보폭과 활동성 저하를 유발해 하체 운동이 주를 이루는 등산에서 이상근증후군은 물론 각종 낙상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상근이 비대해지면 엉덩이 아래를 지나는 좌골신경(궁둥뼈신경)을 압박해 엉덩이 안쪽과 사타구니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단순히 신경만 압박하는 경우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이 저리는 증상에서 그친다. 하지만 좌골신경 주위에 염증까지 동반되면 종아리 뒤쪽과 발바닥으로 통증이 번진다. 좌골신경은 우리 몸의 신경 중에서 가장 길고 굵은 신경으로 허리뼈와 엉치뼈 신경이 합쳐져 있다. 골반 속에서 나와 엉덩이근육 사이를 지나고 허벅지 뒤쪽을 거쳐 발끝까지 내려가며 다리의 감각을 느끼고 운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상근증후군은 요추간판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과 비슷한 다리저림이나 당기는 증세를 보이지만 허리통증은 없는 경우가 많다. 또 디스크와 달리 등을 대고 누워 한쪽 다리를 들어올려도 통증이 심해지지 않는다. 반대로 엉덩이의 특정 부위를 누르면 ‘악’ 소리가 날 정도의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이밖에 엉덩이를 누를 때나 앉았다 일어날 때, 오르막을 오를 때 엉덩이와 허벅지 통증이 심해진다. 이상근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이나 자세 개선 없이 방치하면 걷는 것도 힘들어질 수 있다.
이상근의 무리를 줄 수 있는 양반다리와 다리꼬는 자세는 삼가야 한다. 운동이나 스트레칭 없이 오래 앉는 습관도 엉덩이 근육을 약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1시간에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휴식하는 게 좋다.
누운 상태에서 아픈 엉덩이 부분에 노란색 테니스 공을 깔고 누운 뒤 체중으로 지그시 눌렀다가 떼는 것을 반복하면 통증 완화에 도움된다.
스트레칭도 한 방법이다. 누워서 무릎을 굽혀 세운 상태에서 한쪽 다리를 굽혀 반대쪽 무릎 위에 올린다. 이 상태에서 다리를 가슴 쪽으로 당겨 엉덩이근육이 펴질 수 있도록 10~30초간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