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나 스노보드 등 겨울스포츠를 즐기다가 무릎 부상을 당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두 발을 고정한 채 방향을 급격하게 전환하거나 갑자기 멈추면 무릎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서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감소하니 괜찮겠거니 하는데, 인대가 손상됐다면 앞으로 무릎 전체관절의 불균형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스키 마니아들은 통증만 줄어들면 다시 스키장에 나가기를 반복, 여러 차례 비슷한 부상으로 완전파열이 되고 나서야 병원에 실려온다.
양성철 수원 윌스기념병원 원장은 “스키를 타다가 넘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때 넘어지지 않으려고 하다가 더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며 “스키를 타다 넘어질 때는 양 팔을 앞으로 뻗고 다리를 모아 자연스럽게 옆으로 쓰러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십자인대란 전방십자인대와 후방십자인대가 서로 교차해 십자 모양을 만들어 붙여진 이름이다. 양쪽 무릎관절 사이에 위치해 무릎의 앞뒤로 무릎관절을 견고하게 고정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로 전방십자인대에 손상이 가는데 점프 후 착지하거나 달리는 방향을 급하게 바꾸거나 멈춰서는 동작에서 무릎이 크게 꺾이면서 충격을 받는다.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무릎에서 무엇인가가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고, 손상 부위가 점점 심하게 붓거나 걷는 게 불안정해 진다. 이런 증상들이 초기에 통증이 있다가 2주 정도 지나게 되면 그럭저럭 일상생활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된 상태를 오래 방치하면 반복되는 관절의 비정상적 전방 전위에 의해 관절 사이에 위치하는 반월상연골이 파괴되고, 관절연골이 비정상적으로 닳게 되면서 퇴행성 관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수술하면 다시는 운동을 못하게 될까봐 두려워 치료를 망설이는 경우도 많다. 의사들이 무릎을 아껴 써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인간의 수명이 연장된 데 반해 관절은 쓰면 쓸수록 닳고 특히, 연골의 경우에는 원래대로 재생이 안되기 때문이다. 인대가 늘어나면 관절의 균형이 깨지고 무릎의 충돌이 잦아지면서 연골이 닳는 속도가 빨라진다. 전방십자인대 파열을 간과하는 것은 퇴행성관절염을 향한 ‘급행열차’를 타는 셈이다.
결국 무릎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부상 예방법은 익히 알다시피 운동 전 충분히 스트레칭을 하고 평소 근력을 강화하고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부상을 당했더라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충분히 재활을 해서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병을 키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파열 범위가 작으면 인대가 자연스럽게 붙도록 6정도 보조기나 깁스를 착용한다. 필요에 따라 파열된 부위를 봉합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을 하게 되고 십자인대가 완전파열 됐을때는 인대재건술을 시행해야 한다. 요즘은 피부절개를 최소화한 관절내시경 수술법으로 진행한다.
인대재건술은 자신의 인대를 채취하거나 인공인대를 이식할 수 있고 혼합하여 이식할 수도 있다. 삽입하는 인대의 수와 인대를 삽입하기 위해 뚫는 터널 갯수에 따라 싱글과 더블로 나뉜다. 싱글이나 더블의 선택은 환자의 연령이나 활동량에 따라 달라진다.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을 최소절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출혈과 조직손상이 거의 없어 회복이 빠르다. 수술은 약 1시간 정도 걸리며, 1주일 정도 입원이 필요하다. 목발 2주, 보조기 6주 착용해야 하며, 6주 이후에는 3개월 정도 걷기, 자전거, 수영 등으로 충분히 재활기간을 갖는 것이 좋다.
양성철 원장은 “처음 무릎을 크게 다치거나, 무릎통증과 함께 불안정을 느껴질 땐 병원에 방문하는 게 좋다” 며 “정확한 진단 후 재활에 힘써야 수술을 피할 수 있고 오래도록 운동을 즐길 수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