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술이 어려운 간암을 혈관차단주사로 치료하는 ‘간동맥 화학색전술’이 도입돼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 치료법은 암세포가 혈액에 의존하는 것을 착안해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에 항암제를 투여한 뒤 화학물질로 혈액 및 영양분 공급을 차단한다. 수술이나 고주파열치료를 적용하기 힘든 환자, 간이식 대기 중이거나 이식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부분적으로 시행해 간암 치료율을 높일 수 있다.
국내 암 사망률 2위인 간암은 아직까지 발생 기전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대부분 만성간염이나 간경변 같은 만성간질환 환자에서 발생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을 뿐이다. 대한간암학회에 따르면 간암 환자의 70% 이상이 B·C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간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간경변증으로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알코올성 간질환이거나 과거 간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도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신현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간염바이러스나 간경변 병력이 있는 환자는 정기적인 검사로 현재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며 “간병변이 관찰되면 추가 검사로 정확히 어떤 병변인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간암을 초기에 발견하면 다양한 치료가 가능하다. 절제술과 고주파열치료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간질환 병력이 없어야 하는 등 한계가 존재했다. 이상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진 간이식은 기약 없는 기다림이 문제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 조사결과 뇌사자 간을 이식받기까지 평균 267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간암치료에 자주 시행되는 간동맥 화학색전술은 간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동맥혈관에 항암제를 투여해 혈관을 막아 간암세포 감소와 사멸을 유도한다. 완치 효과는 다소 부족하지만 다른 치료법과 달리 간암이 진행된 환자에게도 적용 가능하다.
치료는 사타구니에 위치한 대동맥에 얇은 관을 삽입해 간동맥까지 이동시킨 뒤 혈관조영제를 주사해 암의 위치와 크기 등을 파악한다. 이어 암세포로 가는 동맥을 찾아 항암제와 색전 물질을 넣어 시술을 완료한다. 국소마취만 하기 때문에 전신마취와 개복에 대한 부담이 적다.
신 교수는 “간동맥 화학색전술은 간이식·수술·고주파열치료 등이 어려운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라며 “완치 효과는 부족하지만 마취나 수술 없이 평균 3일 정도만 입원하면 시술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 간암 다학제팀은 위험요인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06년 개원 당시부터 내·외과가 협진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2008년 ‘요로대사이상증’ 환자를 대상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작은 간 중량(200g, 전체 간의 20%)으로 생체 부분 간이식수술에 성공했다. 2014년에는 말기 간부전과 신부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간·신장 동시이식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