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은 내년 제약·의료기기·화장품 등 보건산업의 생산실적을 올해 34억9000만원 대비 6.6% 성장한 37조2000억원으로 예측했다. 한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2.2~3%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기획단 산업통계팀은 1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년 KHIDI 보건산업 전망 포럼’에서 ‘보건산업 2016년 성과 및 2017년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업체 510곳과 산업·학계·연구소 전문가 49명을 조사하고 간담회 등을 거쳐 시장을 분석했다.
올해 1~3분기 보건산업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20.3% 증가했다. 철강, 전기·전자, 반도체 등 주력산업의 수출 규모가 감소한 반면 헬스케어 및 뷰티 산업은 수출 실적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내년 보건사업 총 수출액은 올해 98억2000만달러(약 11조4000억원)에서 16.6% 증가한 114억3000만달러(약 13조3000억원)로 추정됐다. 올해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된 이후 성장폭이 커진다는 의미로 5년 전인 2013년의 57억6000만달러(약 6조7000억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이다.
의약품 수출액은 유럽·미국 등 선진시장 진출이 본격화돼 올해 33억9000만달러(약 3조9000억원) 대비 17.3% 증가한 39억7000만달러(약 4조6000억원)로, 수입액은 올해 50억9000만달러(약 5조9000억원) 대비 3.2% 늘어난 52억5000만달러(약 6조1000억원)로 추정됐다.
국산·개량 신약의 아시아 지역 및 신흥 파머징 국가 수출과 제네릭(복제약) 사용 장려 정책과 맞물려 고부가가치를 지닌 원료의약품 수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진흥원은 다국적제약사의 일부 고가 의약품 수입도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참고로 국산신약인 동아ST의 옥사졸리디논계 항생제 ‘시벡스트로’, SK케미칼의 혈우병치료제 ‘앱스틸라’, 카바페넴계 항생제 ‘메렘’(제조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제네릭인 대웅제약의 ‘에로페넴’, 류마티스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의 바이오시밀러인 셀트리온의 ‘램시마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베네팔리’ 및 ‘플릭사비’ 등 국내 의약품 6종이 2013년 8월부터 지난 5월까지 유럽의약품청(EMA) 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시판을 허가받았다.
의약품 생산실적은 올해 17조3000억원 대비 3.8% 증가한 18조원으로 추정된다. 진흥원은 제네릭 매출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반면 고령화 및 성인질환 증가로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종질환 예방·치료제, 고가 항암제, 희귀의약품에 대한 수요도 늘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 의료기기 수출액은 올해 28억7000만달러(약 3조3000억원) 대비 5.6% 증가한 30억3000만달러(약 3조5000억원)로 예측됐다. 초음파 영상 진단장치, 치과용 임플란트가 올해와 마찬가지로 중국·미국·일본 등 선진시장 수출을 주도한다는 평가다. 진흥원은 품질 및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국산 제품의 신흥국 수출이 확대되며, 첨단 고가 의료장비 수입은 올해 대비 3%로 완만하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진흥원은 의료기기 생산실적은 올해 5조4000억원 대비 6.8% 증가한 5조7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치과용 임플란트 시술 시 건강보험 적용연령이 70세에서 65세 이상으로 확대됨에 따라 관련 제품 생산량이 늘 것으로 분석했다. 의료기기로 편입되면서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디지털 영상진단기기와 미용 목적의 레이저 치료기기 생산량이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 화장품 수출액은 제조자개발생산(ODM) 글로벌 브랜드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올해 35억6000만달러(약 4조1000억원) 대비 24.5% 늘어난 44억3000만달러(약 5조1000억원)로 예측됐다. 중국 정부가 화장품 수입 통관 규제를 강화하고 현지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중국 수출 증가율은 둔화될 전망이다. 진흥원은 국내 브랜드의 인지도가 상승하고 경기둔화로 수입은 2.1% 자연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화장품 생산실적은 올해 12조2000억원 대비 10.4% 늘어난 13조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진흥원은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둔화되지만 국내 중소형 브랜드의 ODM 수요, 기능성화장품 품목, 온라인 채널 등이 확대됨에 따라 수익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진흥원은 “보건산업 분야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등 신흥국의 비관세 장벽, 미국 대선 공약이 실제 정책화되는 방향 등 변수를 고려해야할 것”이라며 “기업은 제품이 기술우위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정부는 제품의 글로벌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