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성모 씨(31·여)는 얼마 전 친구와 찜질방에 갔다가 팔·다리가 말랐는데 배가 튀어나와 거미 같다는 놀림을 받았다. 소개팅을 일주일 앞둔 터라 뱃살이라도 빼자는 생각에 식이요법과 요가 같은 운동을 병행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그러던 중 요가학원에서 허리를 뒤쪽으로 젖히는 동작을 취하다가 허리 쪽에 갑작스런 통증이 느껴졌다. 처음엔 단순 근육통으로 여겨 그냥 넘겼다가 통증이 점차 심해지자 병원을 찾은 결과 척추전만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척추는 옆에서 볼 때 완만한 C자형 곡선을 이룬다. 척추전만증은 척추 중간 부위가 정상적인 커브 형태보다 앞으로 휘어진 상태로 허리 척추뼈 뒤쪽 관절이 눌려 통증이 발생한다. 비만이나 바르지 못한 자세가 원인으로 배와 엉덩이가 과도하게 튀어나와 마치 오리궁둥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바닥에 똑바로 누웠을 때 허리 부위에 손이 자유롭게 들어갔다 나오거나, 다른 곳은 날씬한데 유독 배가 나온 올챙이 체형이거나, 똑바로 서 있을 때 배를 앞으로 내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 척추전만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엉덩이를 앞으로 쭉 빼고 앉는 자세를 장시간 취하면 엉덩이 부근에 과도한 힘이 들어간다. 이 때 엉덩이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체가 자연스럽게 뒤로 젖혀지고 이 자세가 반복되면서 허리뼈가 휘게 된다.
하이힐과 키높이 깔창도 주요인이다. 정선근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하이힐을 신거나 키높이 깔창을 깔면 발 뒤축이 위로 올라가면서 몸의 중심이 뒤로 쏠리고 척추가 전방으로 휘게 된다”며 “특히 남성에서 척추가 더 심하게 휘는데 키높이깔창은 하이힐보다 굽이 낮지만 남성의 체중이 상대적으로 무거워 요추에 가해지는 압박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측만증에 비해 발병률은 낮지만 일시적인 보행장애나 요통 외에 특별한 증상이 없어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장기간 방치하면 노화가 빠르게 진행돼 디스크 및 퇴행성 척추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척추전만증은 요추간판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 전 단계에 해당된다.
척추전만증처럼 배가 나오면서 심한 요통과 다리저림이 동반되면 척추전방전위증을 의심볼 수 있다. 이 질환은 위쪽 척추뼈가 아래 척추뼈보다 배 쪽으로 밀려나오면서 허리통증과 방사통을 유발하며 허리디스크·척추관협착증과 함께 3대 척추질환으로 불린다. 뼈가 앞쪽으로 밀려나다보니 척추전만증처럼 자연스레 배불뚝이 체형이 된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전만증과 달리 위·아래 척추뼈의 연결부까지 늘어나 다리가 저리는 증상이 동반되고, 엉덩이와 무릎관절을 연결하는 근육이 긴장해 무릎이 잘 구부러지지 않고 뒤뚱뒤뚱 걷게 된다. 척추전만증과 달리 누웠을 땐 통증이 덜하고 일어나 움직일 때 심하게 아프다.
척추가 휘어 튀어나온 뱃살을 단순한 체중 증가의 결과물로 여겨 무리하게 운동할 경우 기존 척추질환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 교수는 “허리디스크 등 척추질환을 앓거나 체중이 무거운 사람은 척추가 심하게 구부러지는 윗몸일으키기 같은 복근운동이나 스트레칭을 무리하게 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다”며 “척추를 직선으로 유지하면서 30도 각도까지만 기울이는 운동이 적합하다”고 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 허리가 좋지 않다면 병원에서 X-레이 촬영 등으로 척추의 휜 상태를 미리 파악한 뒤 적정 강도의 운동을 실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들에게 인기인 요가가 허리통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요가 자세는 허리를 활처럼 뒤로 젖히는 자세가 많다. 뻣뻣한 허리를 억지로 구부리면 척추 주변 근육이 뭉치게 되고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척추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뱃살빼기엔 달리기가 최고라지만 허리엔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척추질환 환자는 걷기가 더 적합하다. 김재건 수원 윌스기념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는 “복근에 힘을 주고 보폭을 어깨 너비 이상으로 벌려 걸으면 약해진 근육과 인대가 튼튼해지고 구부정한 자세도 교정할 수 있다”며 “시선은 먼 곳을 바라보고 15도 정도 위를 보며 걷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고양이자세는 척추전만증 예방에 도움된다. 양손을 어깨 넓이로 바닥에 대고 무릎은 꿇고 골반 넓이만큼 벌린 뒤 등은 바닥과 수평이 되도록 자세를 취한다. 숨을 들어 마시면서 머리는 뒤로 젖히고 허리는 움푹 파인 형태가 되도록 바닥 쪽으로 내린다. 반대로 숨을 내쉬면서 머리는 숙이고 배를 당기는 느낌으로 허리를 천장 쪽으로 둥글게 끌어올린다. 이 자세를 한 세트로 3~5회 반복한다.
오뚝이자세는 두 무릎을 가슴 쪽으로 끌어 당기고 머리를 최대한 숙여서 무릎과 얼굴이 닿도록 한다. 이 자세를 유지한 상태에서 몸을 앞 뒤로 30회 가량 흔들어 척추의 만곡을 형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