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직장인 안모 씨(여·33)는 최근 자궁근종이 발견돼 마음이 심란하다. 검진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혹시나 치료받다가 아기를 낳는 데 지장이 생길까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30~40대 여성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 중 하나인 자궁근종은 최근 20대 여성에서도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20~30대 가임여성이 산부인과를 꺼리는 것도 원인의 하나로 지적된다.
자궁근종은 자궁을 이루고 있는 평활근(smooth muscle)에 생기는 종양으로 양성질환의 하나다. 자궁 내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장막하, 점막하, 근층내 근종으로 분류한다. 발병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성호르몬 분비가 왕성한 임신 가능 연령대 여성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 증상은 생리가 금방 끝나지 않고 오랜 기간 조금씩 나오는 현상이다. 심한 경우 생리혈이 과도하게 쏟아져 나온다. 성관계를 가질 때 통증이 심하며 출혈이 나타나고, 복통이 느껴지기도 한다. 근종이 방광이나 대장을 누르는 상태라면 빈뇨, 급박뇨, 변비, 대변폐색 등이 유발될 수 있다. 골반 내 신경을 누르면 하지, 허리, 둔부 신경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장기간 출혈로 빈혈이 심해지면 손발톱이 얇아지거나 잘 부러지는 조갑건열이 나타나기도 한다. 호르몬 문제로 나타나는 기미·탈모,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 근종심장, 아랫배가 나오는 현상, 밑이 빠지게 아픈 항문추창통, 평소보다 피로나 짜증을 더욱 쉽게 느끼는 감정기복 등을 겪고 있다면 자궁근종을 의심해 보는 게 좋다.
김태준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자궁근종은 위치에 따라 임신에 영향을 받는 측면이 있다”며 “근종이 내막 쪽에 붙은 경우 치료에 특히 신경을 써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자궁질환치료를 위해 자궁을 적출했지만 최근엔 자궁질환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자궁을 보존하고 미혼여성의 경우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치료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궁근종 치료법으로는 약물요법, 개복수술, 하이푸수술, 복강경수술 등이 대표적이다. 근종이 심한 경우 수술로 제거해야 하는데 최근엔 복강경수술의 선호도가 높다. 복강경수술은 외과적 수술을 요하는 복강 내 질환을 개복하지 않고 복강경으로 치료하는 최신 수술법이다. 전신마취, 경막외마취, 척수마취 등을 활용하고 하복부를 0.5~1㎝ 가량 절개해 2~3개의 작은 구멍을 낸 뒤 연결된 모니터를 보면서 레이저·전기소작기 등으로 제거한다.
근종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출혈 및 자궁조직 약화로 자궁손상을 최소화해 염증·혈종·장기 유착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불임·유산·조산 등의 위험을 줄인다. 김태준 원장은 “자궁 밖으로 줄기를 형성한 유경성 자궁근종은 하이푸 시술보다 복강경 수술로 치료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복강경수술은 개복수술에 비해 간단하지만 불필요한 출혈을 예방하면서 근종이 제거된 부분의 근육이 얇아지지 않도록 치료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점에서 산부인과 전문의의 수준 높은 기술을 요구한다.
이 수술법은 자궁근종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궁질환에 적용할 수 있다. 자궁외 임신, 난소 종양 등 일반적 부인과 질환은 물론 나팔관이 붓고 물이 찬 경우, 나팔관 주위 및 골반강 내 유착 등에 의한 불임(난임) 또는 자궁내막증에도 활용할 수 있다.
김태준 원장은 “자궁은 여성에게 중요한 부위로 치료법을 선택할 때 최대한 자궁을 보존하고 임신 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자궁질환의 경우 적재적소에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자체로 불임이나 난임을 유발할 수 있고, 자궁적출술 등 부담이 큰 치료법을 선택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관심을 갖고 정기적으로 검진받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