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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원인모를 무기력·어지럼증, 피로누적 아닌 심장이 문제?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10-20 09:31:02
  • 수정 2020-09-13 17: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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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박 분당 60회 미만시 서맥 진단, 빈맥·심방세동보다 진단 늦어 … 인공심박동기삽입술이 유일한 치료
심장이 느리게 뛰면 뇌를 비롯한 주요 장기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어지러움, 호흡곤란, 실신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자영업자 김모 씨(63)는 이따끔 1∼2초간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어지러운 증상을 겪곤 했다. 처음엔 나이 탓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빈도가 높아졌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가 갑자기 현기증이 나면서 실신해 병원에 실려갔고 의사는 서맥(徐脈·bradycardia)성 부정맥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심장은 전기적 신호로 발생하는 자극을 통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온몸에 혈액을 공급한다. 정상 심장박동은 심장의 ‘동결절’이라는 부위에서 만들어지는 전기신호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1분에 60~100회의 맥박을 보이면 정상이며, 그 이상으로 빠르게 뛰면 빈맥, 60회 미만으로 뛰면 서맥, 불규칙적으로 아주 빠르게 뛰면 심방세동이라고 한다. 

이 중 서맥성 부정맥은 단순한 노화 증상으로 여겨 치료를 미루다가 어지럼증, 무기력, 실신 등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엔진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기의 능력이 부족해 스파크를 적절하게 일으키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유병률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결과 서맥성 부정맥을 진단받아 인공심장박동기 시술을 받은 환자는 2000년 100만명당 19.3명에서 2012년 53.1명으로 2.75배 늘었다. 
고령 외에도 고혈압 약물인 베타차단제나 칼슘채널차단제를 복용하거나, 장거리 육상 등 심장에 무리를 주는 운동을 자주 하거나, 심근경색 및 심부전 등 심장질환을 앓은 경험이 있으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박준범 이대목동병원 부정맥센터장(순환기내과 교수)은 “보통 심장이 빨리 뛸 때에만 건강 문제를 야기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심장박동이 느려지면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심장이 느리게 뛰면 뇌를 비롯한 주요 장기에 산소가 원활이 공급되지 않아 어지러움, 호흡곤란, 실신 등을 초래하고 심할 경우 심장박동이 수초 이상 정지해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초기 증상이 경미해 다른 심장질환보다 진단도 늦다. 빈맥이나 심방세동은 불규칙하고 빠른 박동이 나타나 환자가 쉽게 자각하는 편이다. 반면 서맥성 부정맥은 주요 증상이 무기력증이나 어지럼증 등으로 빈혈, 체력저하, 노화 증상과 비슷해 구별이 쉽지 않다. 대중적인 인지도도 낮아 빈혈이나 저혈압으로 오해하는 사례도 많다. 

진단이 늦다보니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노태호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의 연구 결과 첫 증상이 나타나고 인공심박동기 시술을 하기까지 평균 1년10개월(22.1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을 느끼고 비교적 빠른 6개월 이내에 병원을 찾은 환자는 전체 127명 중 59명(57%)에 그쳤다. 진단 전 질환에 대해 알고 있었던 환자는 12명에 불과했으며, 병원에 오기까지 25년이 소요된 환자도 있었다.

문제는 여전히 서맥성 부정맥에 대한 정확한 임상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한심장학회 부정맥연구회는 국내 부정맥 환자가 최대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지만 서맥은 관련 데이터가 부족하다. 분당 맥박수를 기준으로 전체 성인의 1∼11%가 서맥 환자라는 미국의 통계자료를 통해 환자 수를 짐작할 뿐이다. 노태호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인구 100만명당 50명가량이 서맥을 치료하기 위해 인공심장박동기를 부착하고 있다”며 “이는 일본(100만명당 390명), 미국(1000명), 싱가포르 (94명), 대만 (172명) 등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로 그만큼 숨어 있는 국내 환자가 많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서맥성 부정맥은 발생 원인이 다르더라도 치료법은 인공심박동기삽입술이 유일하다. 항응고제를 이용한 약물치료와 고주파전극도자절제술 등 비교적 치료법이 다양한 빈맥과 다른 점이다. 인공심장박동기는 심장의 전도계 기능을 대신하는 장치로 전류발생기(배터리)와 1~2개 전선으로 구성되며 무게는 20~30㎎ 정도다. 

대부분 전신마취 없이 국소마취한 뒤 왼쪽 쇄골(빗장뼈) 아래 부분에 박동기를 넣고 피부를 봉합한다. 심장박동기는 심장에 전기를 전달하는 역할만 하므로 시술 후 심장 수축력이 인위적으로 강해진다는 속설은 사실과 다르다.

과거엔 인공심장박동기를 이식하면 자기공명영상(MRI) 검진을 받을 수 없었다. MRI의 강력한 자기장이 박동기 작동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건강을 지켜주는 의료기기가 중요한 검진을 방해하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MRI 검진이 가능한 인공심장박동기가 보급돼 환자 편의성과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박 교수는 “서맥성 부정맥은 노년층의 심장 건강을 위협하는 질환이지만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라 생각해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차오르며 심장 박동 또는 맥박이 느리게 뛴다고 느껴질 때는 왼쪽 손목 한쪽의 맥을 짚어 맥박 수를 체크하고, 증상이 심하거나 자주 나타날 땐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외래 진료시 1분당 맥박 수를 체크해서 주치의에게 미리 말해주면 진료에 도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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