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형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조관혁 임상강사 연구팀은 빛간섭단층 촬영을 통해 망막내층의 불규칙한 변형 정도를 객관적으로 수치화하는 ‘망막내층 불규칙 지수’를 고안하고, 이를 활용해 망막전막증 환자의 시력과 변형시(시각이 왜곡돼 보이는 현상) 사이의 연관성을 최초로 입증했다고 12일 밝혔다.
빛이 눈으로 들어오면 안구의 가장 안쪽을 덥고 있는 망막에 초점이 맺히게 된다. 이 망막에서 빛에 대한 전기적 정보가 전환돼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면 사물을 볼 수 있다. 망막전막증은 이런 망막 앞 표면에 원래 존재하지 않던 또 다른 막인 섬유성 조직이 증식해 망막조직을 손상시키는 질환이다. 시력이 저하되면서 사물이 이중으로 겹쳐 보이거나 일그러져 보이는 변형시를 초래한다.
그동안 망막내층의 불규칙한 변형이 망막전막증과 직접 연관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기술적 한계 탓에 정확한 기전과 손상 정도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이로 인해 검사기기로 알 수 있는 중심망막두께, 망막내층두께, 망막외층결손 여부 등 간접적 소견을 근거로 진단과 예후를 판단하고 수술 시기를 결정했다.
이 중 망막외층결손의 경우 시력예후와 가장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되지만 망막전막증이 어느정도 경과한 뒤에 나타나는 지표인데다 모든 환자에서 발현되는 현상이 아니여서 질병경과를 예측하고 수술시기를 결정하는 데 한계에 부딪혔다.
박 교수팀은 2013~2014년 분당서울대병원 안과에서 망막전막증수술을 받은 환자 108명을 대상으로 수술 전과 수술 후의 시력 및 변형시를 측정했다. 이어 중심망막두께·망막내층두께 등 기존 시력예후 인자와 망막내층 불규칙지수의 예측 정확도를 비교 분석했다. 망막내층 불규칙지수는 망막내층 길이를 망막전막으로 인해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망막색소상피층의 길이로 나눠 계산했다.
연구결과 중심망막두께 및 망막내층두께는 시력예후를 예측하는 데 연관성이 부족했고, 모든 망막전막환자들의 망막두께가 두꺼워 지는 것도 아니었다. 망막외층결손도 40% 정도의 환자에서만 나타났기 때문에 나머지 60% 환자에서는 지표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새롭게 고안된 망막내층 불규칙지수는 시력예후와 상당한 연관이 있었다. 수술 전 및 수술 후 1·3·6개월까지 모든 시점에서 시력 및 변형시와 일치했다. 또 수술 전 측정한 불규칙지수로 최종 시력예후까지 예측할 수 있었고 모든 망막전막증 환자에게 적용 가능했다.
박규형 교수는 “과거 사용된 지표는 대부분 질환이 어느정도 경과한 뒤에 나타나므로 질병 경과를 예측하고 수술 시기를 결정하는 데 활용하기가 어려웠다”며 “이번에 개발한 망막내층 불규칙지수는 망막전막증 초기부터 수술 후 회복 기간까지 측정할 수 있어 회복 수준 및 재발 여부를 쉽고 빠르게 판단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 대표적인 안과학술지 ‘미국안과학회지(American journal of ophthalmology)’ 지난 7월호에 게재됐으며, 오는 10월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고 권위 안과학회인 ‘미국안과학회 학술대회(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2016)’에서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