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을 걷다보면 성인은 물론이고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을 그만 보라고 다그치던 어른들도 보통은 ‘이러다 말겠지’라며 방치하기 일쑤다. 하지만 시력이 완성되지 않은 아이가 스마트폰을 장시간 들여다볼 경우 안구건조증이나 시력저하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시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진 가성근시 상태에서 안경 등을 착용할 경우 시력이 영영 회복되지 않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근시는 눈에 들어간 빛의 초점이 망막보다 앞에 맺혀 먼 곳에 있는 사물이 잘 보이지 않는 증상이다. 책이나 TV를 가까이서 본다고 해서 무조건 근시가 되는 것은 아니며, 전체 근시의 80% 가량은 선천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성장 과정에서 안구의 앞뒤 길이가남들보다 길어질 경우 물체의 형상이 망막까지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
간혹 가까운 곳의 사물을 장시간 보다가 먼 곳을 바라보면 흐릿하거나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위근시’, ‘조절긴장성 근시’로도 불리는 가성근시는 근시가 아닌 원시이거나 정시인데 일시적으로 멀리 있는 물체가 보이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가까운 것을 볼 땐 눈 수정체를 둘러싼 모양체 근육이 수축돼 수정체가 두꺼워지고, 반대로 먼 거리를 볼 땐 이완돼 수정체가 얇아진다. 가까운 사물을 오래 보고 있으면 수정체와 모양체의 수축력이 강해져 가성근시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스마트폰·컴퓨터·신문·책 등을 눈 앞에 가까이에 두고 오래 보다가 먼 곳을 보면 근육이 쉽게 이완되지 않아 눈이 피로해지면서 일시적으로 근시가 나타난다.
문제는 가성근시 상태에서 섣불리 안경 등을 착용할 경우 시력이 영구적으로 저하될 수 있다. 상당수의 부모들이 아이가 근시라고 의심되면 바로 안경점에 가서 안경을 맞춘다. 요즘엔 안경점에서도 기본적인 시력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안과를 방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진경현 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는 “가성근시의 경우 일정기간 휴식을 취하면 시력이 정상으로 회복된다”며 “하지만 정밀검사 없이 안경을 착용하면 현재 상태는 근시가 아님에도 영구적으로 근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과에서 조절마비제를 사용해 진짜 근시인지, 가성근시인지 확인한 뒤 안경 착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가오는 추석에는 아이의 눈 건강 관리에 더 신경써야 한다. 귀성길, 달리는 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장시간 보면 눈 초점이 흔들리고 눈 근육에 피로감이 쌓인다. 눈 깜박이는 횟수가 줄면서 안구건조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대한안과학회가 펴낸 ‘청소년 근시예방법’에는 스마트폰 사용을 하루 1시간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장시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반복되면 수정체가 두꺼워지고, 반대로 멀리 있는 물체를 보는데 도움을 주는 망막 주변의 근육이 발달하지 못해 근시가 악화될 수 있다.
하루종일 실내에서 생활할 게 아니라 한 시간 정도는 야외활동을 하며 햇빛을 충분히 쬐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햇빛을 받으면 인체에서 도파민(dopamine)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안구의 외적 성장을 억제하는 대신 망막 주변 근육이 골고루 발달할 수 있도록 도와 근시를 예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