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볼륨이 빈약해 고민하는 여성들 사이에 ‘슈퍼푸드’로 회자되는 게 두유다. 콩 제품이 ‘여성호르몬의 보고’라고 알려지며 가슴볼륨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두유를 꾸준히 마시는 여성이 늘고 있다.
두유의 원료인 콩(대두)에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과 유사한 화학구조를 가진 식물성 에스트로겐 ‘이소플라본’(isoflavones)이 풍부해 이같은 ‘소문의 근원지’가 됐다. 두유는 콩으로 만든 식품 중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어 가슴을 키우고 싶은 여성의 선택을 받게 됐다.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과 똑같은 작용을 하는 게 아니라 여성호르몬이 원활히 분비되도록 도울 뿐이다. 피부 노화와 멜라닌 색소 생성을 막고 골다공증을 예방해 안티에이징에 유리한 성분이지만 실질적으로 가슴을 키우지 못한다.
김태준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이소플라본은 유선조직의 성장과 성숙을 촉진시키는 여성호르몬 같은 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직 연구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정확한 효과가 있다고 단정짓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유방조직은 생리 전후, 배란기 등 특정 기간에 걸쳐 주기적으로 커지거나 작아지는 등 변화가 나타나 단순히 두유를 꾸준히 섭취했다고 가시적인 변화가 생긴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젊은 여성이 과용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콩단백질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자칫 이소플라본이 에스트로겐 감수성(estrogen-sensitive)이 높은 여성에 호르몬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 이때 생식 관련 시스템, 뇌와 뇌하수체도 영향을 받는다.
헤더 파티셜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생물학 교수는 “실제로 하루에 60g이상 콩을 섭취한 여성 중 월경주기가 끊기는 등 생식기능에 장애가 생긴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유방암 발생 가능성이 잠재해 있거나, 여성호르몬에 감수성이 높은 사람들은 콩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다만 이소플라본이 자궁질환을 일으킨다는 설은 아직 불분명하다. 자궁질환은 환경적·유전적 요인과 생활습관 등 다양한 이유로 발병한다. 정호진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산하 피임생식학회 부회장은 “자궁근종은 여성호르몬 불균형이 원인으로 알려져 두유 속 이소플라본이 영향을 미칠 거라는 속설이 있지만 실제 두유 속 여성호르몬 함량은 매우 낮은 경우가 많았다”며 “하루 한 팩 정도 마시는 두유가 원인이 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방암에 관해서는 예방에 도움된다는 주장과 오히려 유발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국내서 판매되는 두유 속에는 이소플라본 함량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어 과용하지 않는 게 좋다. 일본의 경우 모든 두유에 이소플라본 함량을 표기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아 호르몬 감수성이 높은 사람은 과용하지 않는 게 좋다.
여성호르몬을 원활하기 위해 두유를 섭취하는 사람도 체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일부 두유 제품은 콩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이소플라본이 밀집된 배아 부분을 제거하고 만들기도 한다. 이소플라본을 섭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두유를 섭취하는 사람은 가공과정을 거치지 않은 그대로의 콩을 섭취하는 게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