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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겪을 수 있는 의외의 질환 ‘외음부정맥류’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6-08-19 12:53:58
  • 수정 2016-08-23 19: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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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벅지 안쪽·회음부 무지근하게 눌리는 느낌 … 임신 중기 심해져 분만후 사라지기도

주부 김모 씨(32)는 임신 21주에 접어들며 사타구니 안쪽이 울룩불룩해져 고민이 깊다. 어느새 허벅지 안쪽과 회음부 주변에 묵직한 느낌이 든다 싶더니 핏줄이 약간 튀어나온 듯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병원을 찾았더니 ‘외음부 정맥류’로 진단받았다.

혈관이 있는 부위라면 어디든 ‘정맥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정맥 일부가 확장돼 마치 거미줄 무늬처럼 튀어나오는 형상을 띤다. 종아리에 굵은 핏줄이 올라온 하지정맥류가 대표적이다. 치질도 일종의 항문에 생긴 정맥류다.

임신한 여성 중에는 김 씨처럼 외음부에 정맥류가 형성되는 경우가 적잖다. 임신하면 혈액량이 증가하고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 여성호르몬 수치가 급격히 변하며 정맥 내부 판막이 망가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때 임산부의 혈관이 과도하게 늘어나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며 정맥류가 생길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흔히 사타구니에 있는 대복재 정맥판막 부전에 의해 유발되지만 외음부 정맥류는 자궁 근처 깊은 외음부정맥 판막 부전에 의해 나타난다.

외음부정맥류가 나타난 모습

이런 경우 원인 모르게 허벅지 안쪽이나 회음부 부근 등이 무지근하고 허리가 아프다. 증상이 심하면 핏줄이 라면 면발처럼 꼬불거리는 모양을 띤다.

심영기 연세에스병원장은 “임신 후 정맥류를 겪는 것은 임신 자체가 원인이라기보다 원활치 못한 혈액순환, 여성호르몬의 작용 등이 주원인”이라며 “선천적으로 혈관이 약하거나 가족력을 가진 경우에서 잦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증상은 대음순에 나타나며 소음순과 질, 사타구니 아래로 내려오기도 한다”며 “겉으로 튀어 나온 혈관이 보이지 않고 대음순 속에 물렁물렁한 혈관이 뭉쳐 발견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임신 중 외음부정맥류는 대개 임신했을 때 발생돼 임신 중기에 아주 심해지다가 출산 후 6주가 지나면서 점차 사라지는 게 특징이다. 임신 중 증상을 발견해도 대부분 사라져 크게 문제되지는 않지만 손가락 굵기 이상으로 심한 경우 치료받는 게 좋다. 진단 결과에 따라 초음파 유도 혈관경화요법, 레이저치료, 정맥절제술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심영기 원장은 “임신 중에는 치료하지 않고 평소 압박스타킹 등으로 정맥류가 진행되거나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며 출산 후 아기가 100일 정도 됐을 때 치료받으면 된다”며 “다만 정도가 심한 사람은 음부 출혈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부부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진단을 받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약 임신 중 정맥질환을 진단받은 경우 생활습관도 교정해주는 게 도움이 된다. 평소 잠잘 때 다리를 심장 높이보다 높게 두고,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오기 전에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며, 가급적 서있는 자세를 피하고, 낮에 생활할 때도 다리를 높게 두고 정맥혈이 심장으로 효과적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자세를 취하도록 한다.

심영기 원장은 “출산 후 증상이 사라졌더라도 자칫 다음 번 임신 때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어 관련 진단을 받아보는 게 도움이 된다”며 “정맥류 가족력이 있는 여성은 미리 병원을 찾아 치료받거나 자신의 상태를 파악할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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