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정·최기준·안정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팀은 삽입형 자동제세동기 치료가 변이형 협심증 환자의 돌연사 사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17일 발표했다.
동맥경화로 심장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일반 협심증과는 달리 ‘변이형 협심증’은 심장혈관 자체에 경련이 일어나 심장근육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질환이다. 약물 복용만으로 잘 치료되지만 일부 환자는 돌연사에 이르기도 한다.
연구팀은 1996~2014년 18년간 전국 13개 병원의 변이형 협심증 환자 2032명 중 심장마비가 왔지만 심폐소생술로 살아난 188명과 심장마비가 전혀 없었던 1844명을 비교했다. 그 결과 심장마비가 있었던 변이형 협심증 환자의 사망률은 18.9%에 달했지만 일반 환자는 8.5%에 그쳐 심장마비 경험 환자의 사망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장마비를 경험한 변이형 협심증 환자의 22%는 사망 위험이 높은 악성 부정맥 증상을 보였다. 이 중 나이가 젊거나, 여러 혈관에 경련이 나타나거나, 좌전하행지의 경련 등이 동반된 경우 심장마비와 더 깊게 연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심장마비를 경험한 변이형 협심증 환자 188명 중 심장마비 후 자동제세동기를 삽입한 24명과 약물치료만 받은 나머지 환자의 사망률을 비교한 결과 각각 4.3%와 19.3%로 제새동기 삽입군이 4분의 1 가량 낮았다.
이번 연구는 심장마비를 경험한 변이형 협심증 환자일 경우 약물치료와 더불어 삽입형 자동제세동기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삽입형 자동 제세동기는 중증 부정맥 환자를 대상으로 심장 부근에 기계를 삽입하고 전선을 심장에 연결해 부정맥 발생 시 자동으로 전기충격을 가하는 장치다. 그동안 심장마비 경험 변이형 협심증 환자에게 약물치료만 실시해야 하는지, 삽입형 제세동기치료를 병행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안정민 교수는 “급성 심장마비 경험이 있는 변이형 협심증 환자는 약물치료와 함께 제세동기 삽입 치료를 병행하면 사망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건강보험 급여로 인정받지 못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환자가 많았던 만큼 임상연구를 통해 변이형 협심증에 대한 제세동기의 효용성을 평가함으로써 표준화된 치료방침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심장학 분야 최고 저널인 ‘미국심장학회지(JACC, 인용지수 16.503)’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