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피부관리에서 가장 신경쓰는 요소 중 하나가 ‘화이트닝’이다. 이를 반영하듯 화장품부터 먹고 마시는 식음료에 이르기까지 ‘미백에 도움을 준다’는 다양한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미백 수요가 가장 폭발하는 시기는 여름휴가에서 막 돌아왔을 무렵이다. 해변에서, 풀장에서 휴가를 즐기다보면 피부는 강렬한 태양 아래 자극받을 수밖에 없다. 자외선은 피부에 비타민D 합성을 유도하지만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피부에 손상을 입히게 된다. 근사하게 그을린 정도라면 다행이지만 이전에 보이지 않던 기미·잡티, 주근깨가 생기고 홍조가 눈에 띈다면 피부에 완전히 착색되기 전에 다스릴 필요가 있다.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화이트닝’ 처치를 자신이 타고난 피부보다 하얘지는 것으로 여긴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이는 틀린 개념으로 피부를 빛나게 하는 브라이트닝 효과와 여드름이나 색소침착을 제거하는 것으로 통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의 상식과 달리 화이트닝 화장품만으론 타고난 피부톤을 하얗게 변화시킬 수는 없다. 대개 화학적 피부박피술이 병행돼야 한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팝가수 고 마이클 잭슨과 비욘세 등이 이같은 ‘표백’ 시술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화학적 미백시술은 AHA(Alpha Hydroxy Acid) 등을 쓰는 경급박피술과 강한 TCA(Trichloracetic acid)를 활용한 중급박피술로 나뉜다. 가벼운 미백이라면 며칠에서 몇주까지 미백효과가 지속되며 더 강하게 시행할 경우 몇 년까지도 유지된다. 다만 암을 일으킬 수 있어 쉽게 생각할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피부색 논란’에 시달리는 팝스타 비욘세는 미백크림을 지속적으로 사용해 피부가 밝아졌다고 말했지만 해외 전문의들은 ‘화장품만으로 피부톤이 크게 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에 비해 부쩍 밝아진 피부색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며 의료적인 시술이 행해졌을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화이트닝에서 간과할 수 없는 요소는 ‘색소침착 제거’다. 아무리 얼굴이 뽀얗고 투명해도 기미, 주근깨, 오타모반 등이 가득하면 피부가 지저분해보이고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기미는 대표적인 자외선 피부 부작용으로 꼽힌다. 여드름흉터도 뽀얀 얼굴을 망치는 요소이며 자외선에 노출되면 짙어지기 쉬워 유의해야 한다.
임이석 원장은 “얼굴에 색소침착이 생겼다고 모두 기미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근깨, 잡티, 오타모반 등은 유사하게 보여 일반인이 구별하기 어렵다”며 “전문가로부터 제대로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계획을 세워야 이후 다시 색소가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색소침착은 한번 생기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게 아니고 지속적으로 짙어지므로 초기에 피부과 등에서 전문적인 처치를 받는 게 효과적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미백화장품들은 멜라닌색소가 생기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만 이미 침착된 색소나 여드름흉터 등을 제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햇볕에 잔뜩 노출된 여름휴가를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 무렵 피부색소가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하므로 그 전에 없던 잡티가 눈에 띈다면 바로 치료에 나서야 한다.
미백화장품을 고를 때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미백 기능성 인증을 받은 제품을 고르는 게 무난하다. 하지만 대부분 함량도가 낮아 예방 차원에 그칠 뿐 치료효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임이석 원장은 “티로시나제 작용을 억제해 멜라닌이 생성을 막는 비타민C, 알부틴 성분 등이 도움이 된다”며 “이밖에 생성된 멜라닌색소가 표피 위로 이동하는 경로를 방해하는 니아신아마이드(비타민B3)도 권할 만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들 두가지 작용을 하는 미백성분을 병용하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먹는 미백 치료제로는 비타민C와 함께 ‘엘시스테인’(L-Cysteine)이 대표적이다. 임 원장은 “엘시스테인은 케라틴을 구성하는 재료이자 간 해독 작용에 관여하는 글루타치온의 구성요소 중 하나”라며 “글루타치온은 멜라닌 색소의 생성을 억제하고 색소침착을 막아주는 항산화 작용에도 관여한다”고 설명했다. 속칭 ‘미백주사’로 알려진 백옥주사도 이 성분을 주로 하고 있다.
실제 기미가 잘 생기지 않는 사람은 체내 시스테인 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엘시스테인은 달걀, 콩, 양배추 등 식품을 통해 섭취할 수 있다. 엘시스테인의 체내 합성을 돕는 비타민B6, 비타민B5(판토텐산칼슘), 비타민C 등과 병용하는 것도 좋다. 다만 천식 환자나 당뇨병 환자는 의사나 약사와 상담 후 복용해야 하며 과다 복용 시 위장장애, 요로결석, 두통, 피부발진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