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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암내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이유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6-08-01 09:36:00
  • 수정 2016-08-04 10: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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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결과 아포크린샘 분비 적은 A형 유전자 100% … 식습관·위생 따라 체취 변할 수 있어

여름철 반갑지 않은 손님 중 하나가 줄줄 흐르는 땀이다. 최근 폭염이 1주일 넘도록 이어지며 조금만 걸어도 인중과 겨드랑이 등에 땀이 맺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게시판에서 ‘한국 사람은 암내가 나지 않는다’는 글이 돌고 있어 눈길을 끈다. 땀이 줄줄 흐르는 다한증은 있을지 몰라도 체취가 지독해지는 ‘액취증’은 심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동북아시아를 제외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몸에 악취가 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미국의 경우 남성 95% 이상이 액취증을 갖고 있어 학교마다 샤워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체취를 억제하기 위해 데오드란트는 사실상 생활용품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누구나 소지하고 있다. 이밖에 냄새를 가두는 체모를 제거하고, 땀샘억제제를 바르며, 심지어 수술로 아포크린샘 자체를 도려내기도 한다. 유튜브에서도 왜 한국인·일본인은 몸에서 냄새가 나지 않느냐는 다소 직설적인 동영상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흔히 말하는 ‘겨땀굴욕’을 유발하는 다한증(多汗症)은 신체의 땀 분비를 조절하는 자율교감신경계의 이상으로 겨드랑이나 손바닥, 발바닥 등에서 필요한 이상으로 과도하게 땀을 흘리는 질환이다. 운동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5분 동안 겨드랑이에서 100㎎ 이상의 땀이 배출되면 다한증으로 볼 수 있다. 체온이 오르지 않아도 긴장 및 흥분 상태, 스트레스 등 정서적인 변화가 미치는 영향도 크다. 

하지만 땀이 났다고 모두 암내를 풍기는 것은 아니다. 땀냄새를 유발하는 곳이 아포크린샘이다. 아포크린샘은 단백질, 지방질, 당질, 암모니아, 피루빈산(pyruvate, pyruvic acid), 노화색소, 철분 등을 포함한 약간의 점성이 있는 땀을 분비하고 이같은 성분을 세균이 분해하면 암내가 난다.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은 “땀은 약산성인데 분비량이 늘면 세균 저항력이 떨어지는 약알칼리성을 띤다”며 “특히 아포크린샘에서 땀이 분비되면 땀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암모니아와 같은 암내가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포크린샘은 지방성 땀샘 외에도 포유류의 유선(乳腺)과 외이도에 존재하는 밀랍 분비샘, 포유류의 생식기 근처에 존재하는 향선과 기원을 같이 한다. 포유류들은 생식기 주변에 존재하는 아포크린샘을 통해 특유의 냄새를 가진 분비물을 배출하며, 이는 같은 종의 이성을 유혹하는 관능적인 향수로 이용된다. 널리 사랑받는 ‘머스크(musk)’도 사향노루의 향낭에서 채취한 것이다. 인간도 옷을 입기 이전에는 아포크린샘이 생식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였다고한다.

하지만 옷으로 훤히 드러나던 겨드랑이와 생식기를 덮어 막아버리면서 문제가 생겼다는 게 정설이다. 본래 이들 부위는 축축한 데다가 바람길까지 막혀버려 박테리아의 최적 서식지가 된다. 이로 인해 악취의 근원이 돼버렸다. 여기에 과거보다 고탄수화물·고지방식 식사 빈도가 늘며 액취증 환자가 증가한 것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인 중 다수는 ‘굳이 데오도란트를 사용하지 않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국인 다수는 암내를 유발하는 아포크린샘에서 땀이 많이 나지 않게 하는 극단적인 유전자가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라는 나름 과학적인 설명이 뒷받침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인의 암내가 거의 없는 것은 ‘유전자 덕분’이 맞다. 2013년 일본 나가사키대가 실시한 연구 결과 사실이다. 귀지,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 분비된 아포크린샘의 표현형은 단 한 개의 유전자 ABC11의 형질에 의해 결정된다.

이 유전자의 표현형은 A타입과 G타입의 두 가지 대립 형질에 의해 결정된다. A타입은 사타구니나 겨드랑이 아래에 아포크린땀샘이 적어 땀냄새 등이 심하지 않고 마른 귀지를 갖는다. G형의 경우 사타구니나 겨드랑이 아래 아포크린샘이 다수 분포돼 있어 액취증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마른 귀지를 갖는다. 이후 AA, GA, GG 중 어떤 형질이냐에 따라 아포크린샘의 분포도와 귀지의 종류가 결정된다는 의미다.

2013년 나가사키대가 실시한 해당 대립형질의 국가별 빈도를 살펴본 결과 한국인은 100%가 AA형의 유전자를 가져 아포크린샘이 적게 분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의 경우는 GG형이 100%를 차지했다. 이어 아프리카인이 GG수치 91.7%를, 미국 백인이 79.3%로 뒤를 이었다.

ABC11 유전자의 발현형에 대한 연구는 예일대 등 다수 시행된 바 있고, 어느 실험에서도 한국인은 독보적으로 AA 형질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연구 결과에서는 단지 2%의 유럽인만이 A타입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동아시아인 대부분은 A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했다. G유전자는 주로 아프리카나 유럽인에게, A유전자는 동아시아인에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냄새청정국가’라고 해서 모든 냄새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아니다. 청결 문제나 식습관 문제로 체취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더운 여름철 자신에게 심한 체취가 나는 것 같이 느껴진다면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분명 한국인 중에도 액취증으로 고통받는 케이스가 있으며 이를 방치하라는 것은 아니다. 가볍게는 샤워와 데오도란트 사용부터 심한 경우 보톡스 주사나 수술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땀이 많이 나지만 악취는 미미하다면 ‘보톡스’를 이용한 치료가 적합하다. 보톡스는 주로 눈가나 입가 등 표정 주름을 개선하는 치료법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땀 분비를 억제하는 작용도 뛰어나다.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 보톡스를 주입해서 땀샘에 분포된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 땀 분비를 차단하는 시술로 부작용이 거의 없고 흉터가 남지 않아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다. 실제로 ‘보톡스치료를 통해 다한증 환자의 땀 분비량이 85%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액취증을 동반한다면 피부를 손상시키지 않고 에크린선과 냄새나는 아포크린선을 동시에 파괴해서 증상을 개선하는 ‘고바야시’ 시술이 효과적이다. 임이석 원장은 “다한증이나 액취증은 혼자만의 공간에선 큰 문제가 없지만 대인관계에 불편함 때문에 심한 경우 우울증 및 대인기피증까지 발생한다”며 “여름철마다 액취증 때문에 공공장소가 부담됐다면 간단한 치료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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